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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가 지난해 4월 영외면회 재개를 대비해 논산역 광장을 새롭게 단장할 목적으로 3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택시 승강장 진입 방향을 두고 도지사의 최 측근인 시의회 민주당 K모의원과 시 집행부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시는 택시 및 버스업계와 공청회를 거쳐 만들어진 설계안을 다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전문가에게 자문까지 받아 최종적으로 시장에게 결재까지 받는 등 집행부로서 행정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했기에 공사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K의원은 자신이 소속한 민주당의 당론과 전체 시의회의 공식 입장도 확보치 못한 상황에서 객관적인 타당성도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안으로 각계 전문가와 500여명의 운수업 종사자들이 공청회를 거쳐 만든 집행부의 설계안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
이 과정에 K의원은 사업 주무부처인 도시주택과와 협조부서인 도로교통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자신의 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공공연히 협박(?)까지 했다.
시의회의 공식입장도 아닌 개인적인 사견으로 민의를 집행하는 행정부의 정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의원직을 걸고서라도 제동을 걸겠다고 나서는 K의원의 오만함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자신의 안이 타당성 있다면 의회의 동의를 얻어 공식적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의회의 동의도 얻지 못한 상황에서 오만스런 언동으로 집행부를 압박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민의를 거스르는 안하무인격 오만이 아닐 수 없다.
문득 지난 1980년대 초, 특유의 구수한 호남사투리의 맛을 살려 풍자와 해학적인 기법으로 권력의 생태에 대해 비판했던 작가 윤흥길의 소설 완장의 내용이 머리를 스친다.
외지를 떠돌며 포장마차와 양키 물건을 사고파는 일 등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 임종술이 졸부 최익삼에 의해 저수지 감시원으로 추천받아 완장을 차게 된다.
이후, 임종술은 타지로 떠돌며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던 자신의 한을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완장 찬 어깨를 으쓱이며 안하무인격으로 마을 사람들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야밤에 고기잡이를 하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고 자신을 고용한 최익삼 일행에게도 행패를 부리는 행동으로 관리인 자격이 박탈될 상황에 이르렀을 때, 가깝게 지내던 인근 주점의 각부 부월에게서 완장에 대한 허상을 듣게 된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 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주워 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겨라며 같이 동네를 떠날 것을 제시한다.
그 다음날 저수지 수면위로 종술이 두르고 다녔던 완장이 떠다니는 것을 끝으로 소설은 마감된다.
완장이라는 상징적 소재를 통해서 오만으로 흐를 수 있는 권력의 허상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이 소설이 작금의 논산시 현실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K의원은 명분도 없는 힘자랑으로 집행부의 정당한 행정집행과 민심을 거스르는 안하무인격 오만을 버리고 지난 선거에서 시민의 충실한 머슴으로 살 것을 약속하며 자신을 찍어달라고 애걸하던 그 머슴의 얼굴로 시급히 돌아가길 바란다.
13만 논산시민 특유의 넉넉한 아량이 남아 있을 때, , , , ,
객원칼럼 충청일보 유장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