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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통행이 많은 아침 출근시간, 버스터미널 주변 대로변에서 남루한 행색의 한 할머니가 오가는 차량들 사이에서 손수레를 끌고 위태위태하게 지나가고 있다.
할머니는 요란한 경적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땅바닥만을 쳐다보며 종이상자를 접어 손수레에 담고 또 담는다.
이렇게 오전 내내 폐지를 주워 모은 할머니는 점심때가 다 돼서야 근처에 있는 단골 고물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가 고생한 노동의 결과가 저울에 나타났다. 손수레 무게를 빼고 20㎏이다. 할머니 손에는 천원짜리 두어장과 백원짜리 너댓개가 주어졌다.
할머니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부리나케 다시 고물상 밖으로 나가서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
시내 모 고물상에는 날마다 폐지며 빈병, 고철을 손수레에 실어 나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20여명 정도 있다.
고물상이며 자원재활용센터가 여러 곳 더 있음을 감안하며 지역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어림잡아도 100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의 대가로 이들이 받는 돈은 불과 몇 천원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 달 내내 일해도 10만원 남짓 될 정도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대다수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에 속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부양의무자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들이나 딸 등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의 문제가 비단 서산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최근 몇 년새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1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가구 100가구 중 47가구는 이미 빈곤가구이다.
201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7.1%로 우리나라 전체빈곤율 13.8%의 3.4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빈곤이 경제활동능력이 떨어지는 노령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년 넘게 폐지를 줍고 있다는 김모(77] 할머니는 “집에 있어봐야 몸만 아프고 돈 들어올 구석도 없고 해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같이 나온다.”며 “요즘은 폐지 줍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그나마 더 신통치 않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폐지 수거 노인 박모(74·)씨는 “한 번은 빙판길에 넘어져서 죽을 뻔한 적도 있다.”며 “자식새끼도 나 몰라라 하는데 누가 신경이나 써주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최근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크고 작은 민원들이 제기되고 있다. 손수레에 안전표시등이나 깃발을 달거나 밝은 색의 조끼를 보급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층의 빈곤이 심화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고 무엇보다도 어르신들을 공경하고 예의로 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