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몆년전인가. 우연스레 부모를 여의고 병든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방을 찾은일이있다.
20kg 짜리 쌀한포대. 라면 얼마간을 갖고 찾아든 아이의 생활환경은 안쓰러웠다.
온기없는 냉방. 뒤엎은 사과상자로 쓰는 책상. 라면 한개로 할머니와 함께 먹는 저녁상...한평을 약간 웃도는 좁은 판자집의 방한칸이 그아이의 둥지였다.살림살이라야 덮고자는 허름한 이불 .취사도구 몆개 . 방 한켠에는 아이가 보는듯한 낡은 동화책들이 가득했다.
뜻밖의 손님을 맞은 아니는 말했다. 누추하지만 들어오실래요? 환히 웃는 아이의 얼굴에 구김이 없었다.
한시간쯤 머물며 이야기 도중 아이는 말했다. 몆년전 교통사고가 나서 부모님이 한꺼번에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요 ..
힘들지..? 그러나 열심히 공부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힘내! 하고 말하자
아이는.방 한켠에 있는 낡은 텔리비젼을 기리키며..아저씨.. 중국의 시황제도 텔리비젼은 보지못했겠죠? 그럼 저는 황제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네요..불행하다는 생각은 해본일이 없어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공부 열심히 할래요..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일순간 머리속에 큰 전등이 켜진듯했다. 그 아이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세상모든일 마음갖기달렸다]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원효 큰 스님의 화신[化身]인듯 느껴졌다.
아하.나는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를 새삼 느꼈다. 돌아서는 스스로의 발자욱 소리가 옛사람의 시한수처럼 배어나왔다.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도다...
진시황보다도 행복하던 그 소녀가 던진 한마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굿모닝논산 대표 김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