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들기 싫어서 너를 흔든다 / 유리바다-이종인
사랑은 사랑을 부르고 잠은 잠을 부른다
사랑도 침묵이 필요할 때 힘이 생기는 거야
혹 내가 잠이 들면 몇 날 몇 시에 깨워줘,
눈 뜨고 있어도 번번이 속고 마는 약속
토끼잠을 자면서도
기다림에 지쳐 나보다 더 깊은 잠에 빠진 너에게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일이야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은 뜰 수밖에 없었다
불면의 세월이
얼마나 많은 깨달음의 축복을 얻을 수 있을지
잠들지 못하는 한쪽 눈으로 간혹 너를 흔들어 보지만
이승보다 더 아름다운 꿈에 취한 너를
한 손으로 흔들어가며 깨운다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깨어나지 못하면
너도 깨어나지 못하는 삶인데
나는 자꾸 스르르 감기는 한쪽 눈마저
잠들기 싫어서
너를 흔든다는 것이 그만 허공을 간질이다 못해
너의 옆구리 가까운 곳에
사랑만이라도 알뜰히 나누다 잠들고 싶었다
이대로 눈물 흥건한
감동의 삶을 살았으면 원(願)도 한(恨)도 없겠다
0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