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황인숙
나도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
5월의 숲 / 복효근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내가 저이들과 바람이 나더라도 바람이 나서 한 사나흘 떠돌더라도 저 눈빛에 눈도 빼앗겨 마음도 빼앗겨 내 생의 앞 뒤를 다 섞어버리더라도 용서해다오 세상에 지고도 돌아와 오히려 당당하게 누워 아늑할 수 있는 그늘이 이렇게 예비되어 있었나니 그대보다도 내보다도 또 그 무엇보다도 내 남루와 또한 그대와 나의 마지막 촉루를 가려줄 빛깔이 있다면 그리고 다시 이 지상에 돌아올 때 두르고 와야 할 빛깔이 있다면 저 바로 저 빛깔은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대여 오늘은 저이들이랑 그대와 나와랑 함께 바람이 나버려서 저이들이 길어오는 먼 나라의 강물빛 아래 누워 서로를 들여다 보는 눈빛에서 엽록소가 뚝뚝 듣게 해도 좋겠다 저 숲나무 빛깔로 그대로 저물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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