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희 대표, 경향신문 1일자 사상검증성 사설에 강한 우려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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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1일자 <경향신문>의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사설 논란과 관련, 8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시류에 맞춰 말을 보태기보다, 자신 행동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진보”라며 “국가보안법 법정 안의 논리가 일부 변형되어 진보언론 안에도 스며들어 온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정희 대표의 이런 입장표명은 문제의 <경향신문> 사설이 우호적인 남북관계를 지향하는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사상검증 분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올린 글은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의 특수성, 북의 권력구조와 사회적 특성, 국제외교의 관례, 사상의 자유와 이에 대한 진보진영의 태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 마디만 해 보라고?’란 제목의 글에서 이 대표는 (남북간, 북미간)갈등을 최고조로 높이는 방법은, 북의 지도자를 날선 언어로 비판하는 것”이라며 “내가 생각하는 진보는, 현실에서 출발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력”이고 “그것을 위해 말을 꾹 누를 수도 있는 판단력을 가진 것이 진보”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의 후계문제에 대한 판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엇갈리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3대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며, 북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거나 이에 편승하는 개혁언론과 진보진영 내 일부 인사들을 염두에 둔 지적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어 최근 잇따른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각종 전쟁시나리오들을 거론하며 “보수정당과 대다수의 언론이 비이성적인 국가라는 여론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진보정당까지 북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했다는 말을 덧붙여 갈등 상황을 더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 자료사진 ⓒ 뉴스-일하는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가 아무리 북의 권력구조에 대한 입장과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더라도, 남북관계에서 이 문제는 완전히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회담에 동석했던 미국 관리가 왜 ‘무척 실용적이고 사려 깊으며 유머감각이 출중하다’는 말을 언론에 대서특필되게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또 “금강산을 여행할 때도, 여행객들에게 (‘북의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말라’는)주의사항이 미리 알려진다. (이는)남북관계를 발전시켜온 오랜 경험에서 생긴 대응방식”이라며 “평범한 여행객들에게도 요구되는 이 대응방식이 이 시점에서 아무런 절제 없이 포기될 뿐 아니라, 특히 민주노동당에게 진보정당이라는 이유로 포기할 것이 사실상 강권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국가보안법 피고인에 대한 변론 경험을 소개하며 “나는 단 한 번도, 피고인에게 ‘북에 대해 한 마디만 하세요. 그러면 정당성도 인정받으면서 무죄판결 받으실 수 있어요’라고 조언한 적이 없다”며 “국가보안법 법정 안의 논리가 일부 변형되어 진보언론 안에도 스며들어 온 것이 안타깝다”고 경향신문의 사상검증적 논리를 지적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지금 시점에서 북한 권력승계에 대해)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며 “지금은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북의 권력승계를 비난하다가” 대화의 상대방으로 마주앉게 되면 “이전의 비난을 거둬들일 치사를 만들어내야 하는 궁박한 입장에 스스로 빠져 들어갈 생각이 나에게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경향신문>은 문제의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당대표자회가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며 “북한 체제 비호”, “상부로 간주”, “한국 진보가 다시 몰락” 등 선정적 표현들을 동원해 민주노동당을 비난했다.
이런 사설 내용은 민주노동당이 대변인 논평을 통해 “당대표자회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 그리고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라고 밝힌 부분을 “3대 세습 공식화”와 의도적으로 짜깁기, ‘민주노동당도 입장을 바꾸라’고 종용해 진보진영 내에서 사상검증 논란을 빚고 있다.
진보정치 문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