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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39사단 간부 ‘지옥훈련’ 현장을 가다
‘극한 상황 이겨내라’…훈련 마치면 몸무게 3~4㎏씩 빠져
"TP1에서 TP5까지 통과한 뒤 사단 탄약고를 새벽 3시에 타격하라." 지난달 30일 밤 9시. 지옥훈련에 참가 중인 육군39사단 염진수(간부사관5기) 대위를 비롯한 3조 팀에 본격적인 침투명령이 떨어졌다.
소로(小路)나 플래시 사용 없이 6개의 통제점을 은밀하게 접촉한 뒤 정해진 시간에 목표물을 폭파하라는 지시다. 첫 장애물은 철조망. 군장을 발에 걸고 엎드린 채 포복으로 통과하자 물웅덩이가 기다리고 있다.
밤이라 행동이 더 조심스럽다. "개굴." 어슴푸레 대항군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자 염대위의 입에서 개구리 소리가 나온다. 행동을 멈추라는 신호. 얼마 전 동료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이다.
이전까지는 사용했던 총기를 두드려 완수신호를 하는 등 비전술적인 행동이 적지 않았다. 중간 중간에 배치된 대항군과의 교전, 그리고 이를 헤치고 16개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100m 이동하는 데 1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진흙탕이든 하수로든 이제는 어디든지 꺼리지 않는다.
곳곳에 배치된 난관을 뚫고 목적지에 도착, 경계병을 제거하고 폭발물을 부착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에 폭파했다. 성공이다. 훈련 교육생들의 임무 완수율은 현재 60%대다. 그래도 처음 지옥훈련을 시작할 때의 20~30%와 비교하면 수치가 급상승했다. 사단에서 지옥훈련이 시작된 것은 5월 19일부터.
강한 전투력을 지닌 전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을 교육시키는 간부들이 먼저 전투실상과 환경을 알고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훈련은 사단 내 위관급 장교와 하사·중사·상사 등 40세 미만의 전 간부를 대상으로 10회에 걸쳐 무박 2일간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에 연병장에 집결한 이들은 군장검사와 훈련 행동요령을 듣고 3시간 이상 휴식 없이 PT체조와 장애물 극복을 통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체력의 한계를 경험했다.현장에서 훈련을 통제 중인 교육훈련장교 김병춘(학군29기) 소령은 "전장에서는 언제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급식과 휴식은 없다"고 전했다.
최소 2일 이상의 전투를 수행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오후 2시. 조별로 산악지역으로 투입됐다. 본인들이 직접 은거지역을 선정한 후 비트를 굴토할 차례다. 주변의 흔적 제거가 완료되면 군견을 대동한 사단 기동대대 5분전투대기조와 기동타격대에 의해 수색정찰이 실시된다.
발각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5분대기조가 오는 방향은, 오게 되면 어느 방향으로 도주할 것인가 등이 주어진 고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하더라도 군견과 수색병력이 접근해 올 때 느끼는 압박감과 공포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이동하(29) 중사는 "심장소리가 들킬까봐 가슴까지 누르고 있었다"며 "극한 상황 하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절실히 체험하고 그동안 잘못된 나의 모든 것을 비트에 묻어 두고 왔다"고 말했다.다음날 오전 6시. 훈련 참가자들은 전원 포로가 됐다. 재집결지를 점령하려다 추격 중인 사단 5분전투대기조와 기동타격대에 의해 생포된 것이다.
눈을 가리고 포박된 이들에게 신문이 시작됐다. 원하는 답변이 아니면 신문관의 행동이 거칠어진다. 물건을 집어던지고, 지니고 있는 철근으로 책상을 내리친다. 맵디매운 '땡초'(고추의 일종)를 먹이고 물파스를 코 밑에 바르기도 한다. 비명소리도 들린다. 직접적인 고문은 없지만 절로 오싹하다. 보이지 않기에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지옥훈련 성과는 매우 높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정말 값진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시간 이후 간부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이구동성이다.사단 교육훈련참모 이재덕 중령(진ㆍ3사26기)은 “불과 2일이지만 경험한 간부들의 몸무게가 평균 3~4㎏씩 빠질 정도로 실전 같은 훈련”이라며 "간부들의 훈련이 끝나면 자원한 120여 명의 병사에게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