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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없는 동물살해자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3-17 13: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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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여성 4명이 전 프로야구 선수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작년 12월에 실종된 안양의 이혜진 양도 토막 살해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이리도 잔인할 수 있을까요?

살인은 큰 죄입니다. 사회적 법에 의해, 또 종교적 율법에 의해 살인은 죄로 다루어집니다.

그러나 사람이 생물을 죽이면 죄가 될까요? 그것은 어떤 생물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종이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죄입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어떨까요? 만일 법과 율법에 살인이 죄라고 하지 않았다 해도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까요? 달리 말하면 살인에 의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본능일까요 아닐까요?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먹이사슬에 의해 다른 종을 죽이는 행위가 일어납니다. 다른 종을 죽여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죄라고 하지 않습니다.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동종을 죽이는 행위가 일어납니다. 고등한 동물에서조차 동종을 죽이는 살해행위를 서슴지 않고 저지릅니다. 그렇다고 동물들이 죄를 뉘우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어떤 증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최근 보노보라는 피그미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에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사육 상태의 보노보가 개를 때리는 것을 보고 연구자가 그 침팬지를 크게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침팬지는 개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을 함으로써 죄를 뉘우치는 듯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런 사례는 있지만, 동물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에서 기르는 황새 수컷도 가끔 암컷을 큰 부리로 잔인하게 찍어 죽이는 일이 있지만, 죄를 뉘우치는 듯한 행동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도 행위에 대한 제재가 없다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을까요?

요즘 개발에 의해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물서식공간을 개발하면 그곳에 살던 생물 90% 이상이 죽음에 이릅니다. 나머지 10% 정도 이동할 수 있는 동물들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들의 생존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동물들도 사람들처럼 새끼를 낳아 기르기 위해 집이라는 터전이 있어야 하며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해 생활터전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개발사업에 의해 터전을 빼앗기고 온 그 동물은 이미 터 잡고 있던 자신의 동료에 의해 침입자로 취급되어 쫓기고 맙니다. 이리 저리 쫓기다 보면 결국 그 해 자식농사는 망치게 되는 것입니다.

설사 새로운 생활터전을 잡았다 해도 그곳은 대부분 생활하기가 열악한 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빈곤한 환경에서 새끼를 낳은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실험에 의해 밝혀진 사실인데, 새끼가 모두 죽든지 아니면 그 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비 관찰실험을 통해 알려지게 됐습니다.

요즘 제비가 옛날과 같지 않습니다. 그 수가 50년 전에 비해 90% 이상이나 줄었으니까요. 봄이 되면 어미제비는 강남에서 돌아와 사람이 사는 집 마루 위 난간이나 벽면에 집을 짓고 새끼를 기릅니다. 어미제비는 노란색 입을 크게 벌리는 새끼제비들에게 하루에 16번, 무려 600여 마리 이상 먹이를 물어다 줍니다. 1분 30초에 한 번 꼴로 먹이를 물어다 주는 셈입니다.

이것은 제비가 최고의 환경에 살고 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대개는 2~3분에 한 번 꼴로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이 보통인데, 더 놀라운 것은 물어오는 먹이에는 평균 18마리의 벌레가 들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계산을 해 보면 제비부부가 하루 7,000마리의 벌레를 잡는 셈입니다. 약 3주 동안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기간을 합치면 엄청난 양의 벌레를 잡아 허기진 새끼들의 뱃속을 채우고 있는 것입니다.

제비는 먹이를 먹일 때 조류세계의 기본 규칙에 따릅니다. 가장 크게 입을 벌려 강한 자극을 주는 새끼에게 먼저 먹이를 줍니다. 한 입에 물어온 먹이를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에게 다 털어 넣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규칙이 생겨난 것입니다.

보통 제비는 새끼를 5~6마리 낳는데, 태어난 순서에 따라 입의 크기도 다릅니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왔을 때 모두 동시에 입을 벌리면 가장 입이 큰 녀석에게 먼저 먹이를 줍니다. 어미가 두 번째 먹이를 가져오면 첫째는 아직 소화되지 않아 입이 덜 벌어집니다. 그러면 자연적으로 둘째 녀석에게 먹이를 넣어줍니다. 이런 식으로 6마 모두 먹이를 받아 먹으려면 어미가 먹이를 가져오는 시간이 최소한 4분 이상 지체돼서는 안됩니다. 20분 정도 지나면 첫째 녀석이 다시 입을 크게 벌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먹이가 부족해지면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터전이 열악한 곳에서 먹이를 제 시간에 찾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10분 이상 지체되기 일쑤입니다. 첫째와 둘째에게 먹이를 주고 셋째에게 먹이를 주려고 할 때 다시 첫째의 입이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럼 셋째 넷째 다섯째, 그리고 여섯째는 계속 굶주리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개발에 밀려난 동물들은 번식률이 낮아져, 그 수가 줄어들고 결국 멸종에 이르게 됩니다. 사정이 이런데 우리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개발의 달콤함을 좇는 인간은 다른 종의 생존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한 해에 여의도 면적의 60~70배나 되는 생물서식지가 없어져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에 관한 사회적 법이 생겨 인간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때까지, 이 무고한 생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아무 죄없이 계속 죽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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