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다시 입법독주 시동 건 巨野…협치의 책임 무겁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정부·여당이 반대하는 5개 법안을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넘겼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첫 거부권을 행사해 1차 폐기됐던 것을 민주당이 일부만 고쳐 재발의했다. 여당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이자 이를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이다. 또 이재명 대표는 19일 쟁점법안인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과 '채상병 특검법', '이태원 특별법'을 21대 국회가 마무리되기 전에 매듭지겠다고 선언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다시 압도적 의석수를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입법 독주 조짐이 재현되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것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컸기 때문이다. 이를 야당이 정부·여당을 무시하고 마음껏 입법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을 견제하되, 여당과의 소통과 대화를 통해 올바른 민생 입법에 나서달라는 주문이라고 봐야 한다. 쟁점이 도드라진 법안일수록 협상과 절충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쌀값 안정과 농민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여당도 과잉생산 가능성과 재정부담 등을 지적하며 무리한 입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는 강대강 충돌이 연출되는 것은 총선 민의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주요 상임위원회를 사실상 싹쓸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법사위와 운영위는 이번에 민주당이 꼭 갖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개원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은 절대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운영의 기본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맡되,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쥔 법사위원장을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관행도 이런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운영위는 피감기관에 대통령실이 포함돼있어 통상 여당 몫으로 분류돼왔다. 국회 운영의 틀을 바꾸는 것은 원칙적으로 여야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 문제다. 의석수가 많다는 이유로 주요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것은 대놓고 입법독주를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민주당도 이제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협치에 나설 책임이 있다. 물론 정부·여당을 대표하는 윤 대통령이 먼저 야당과 대화를 통해 협치의 물꼬를 트는 게 출발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입법권을 장악한 민주당 역시 소수 여당을 국회 운영의 파트너로서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쟁점을 풀어나가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총선 압승에 취해 힘을 과시하려는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에만 휘둘리지 말고 국민을 바라봐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오만·독선·불통'이라고 공격해온 민주당은 스스로가 민심의 부메랑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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