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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컬럼] " 살며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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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5 23: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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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의 일이지 샆다

 

그때 대건고등학교 1학년이던 필자는 그저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하나로 무단 가출 했다,

무작정 떠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골집 창고에 있던 놋그릇 두 어벌을 챙겨 고물상에 넘기고 받아든 백 환짜리 여섯 장이 전 재산이었다.

어찌 어찌해서 대전역 까지 간 필자는 경부선 완행 열차에 몰래 숨어들었다,

그때만 해도 승무원이 일일이 차표 검사를 할 때였다.

 

상주근방을 지날 무렵 승무원에게 걸려들었다.

상주역에서 내려야 했다, 역무원에게 꿀밤 몆대 얻어 맞고 미지의 땅 상주에 내린 필자는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목마르면 개울물을 들이키고 배고프면 여름날 들판의 아까시아 잎을 뜯어 먹었다.

땅속의 감자 일갱이를 캐먹기도 했다. 칡 순을 입에 넣고 씹어 먹기도 했다,

 

심지어 아직 익지도 않은 개복숭아 개살구를 따먹으면서도 돈을 아꼈지만 사흘이 지나자 풀빵 한 개를 살 동전 한 잎 도 남아 있지 않았다.

 

굶주린 터에 한데 잠을 자야하는 밤은 너무 무섭고 추웠다.

 

이틀을 물만 먹고 견디며 우연스레 어느 시골동네로 접어들었다. 무어든 먹을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구걸을 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를 피해 산길 모퉁이에 있는 허름한 외딴집을 기웃 거렸다.

 

한참을 망서린 끝에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계셔요?” 하고 사립문을 흔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사람을 부르자 뉘기여?” 하는 할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할머니가 나왔다 뉘여?“ 하고 묻는다,

할머니 밥좀주세요라고 말했다.

 

다 죽을 상인 필자의 몰골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집 나오면 고생인디,, 하며 혀를 끌끌 찼다,

 

기다려 보거래이,, 하며 부엌에 들어간 할머니는 부엌 천정에 매달아 놨던 대 바가지에 있던 보리밥 한 그릇을 건넸다.

 

약간 쉰 냄내가 나긴 했지만 집안에 있던 우물물을 담아 먹던 그 쉰 보리밥 한 덩어리는 천상의 음식에 다름 아니었다,

 

여태껏 먹어본 그 어느 음식 보다고 맛났다.

 

그날 이후 숱한 영욕의 세월을 겪으면서 많고 많은 음식을 먹어 봤지만 그때 그 보리밥 한 덩어리의 진귀한 맛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때의 뼈저린 배고픔을 겪었던 때문인가,, 그 어떤 음식이든 맛없이 먹어본 일이 없다. 아마도 그때의 그 아픈 기억이 없었더라면 때가 돼서 무어든 먹을 것을 입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 것 아닌가 싶다.

 

내가 행복한 이유는 또 있다,

 

79년도 박정희 정권 말기 민주화운동 대열에 끼어들면서 반독재 세력 으로 분류된 활동가들은 가차 없이 감옥행이었다.

 

스물일곱 살이던 필자는 당시 반독재 투쟁운동의 논산군의 조직책임자였으니 감옥행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대전 중촌동의 옛 대전교도소에 끌려갔을 때다. 일반 잡범들은 서너평의 감방에서 대 여섯 명씩 수용됐다,

 

서로 다투기도 했지만 함께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보냈지만 소위 곱징역이라는 독방에 수감된 필자는 홀로였다. 견디기 어려운 고독감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특히 가을의 해질 녂 창 박의 오동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멀리 비치는 도심의 네온조차 큰 그리움으로 마음을 뒤흔들어 댔다..

 

감옥에 갇힌 것에 대한 후회 까지는 아녔어도 이 감옥 문을 벗어나는 자유가 내게 또 올 것인가, 회의하는 그 숱한 시간 들 속에서 자유로운 세상 활보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가진 것은 변변치 않아도 자유인으로 활보하는 시간들에게서 더없이 큰 행복한 마음들을 일구어 낸다.

 

내 인생을 통해서 죽을 만큼의 배고픔과 자살의 충동까지를 불러오던 구속의 끔찍한 속박을 경험한 것은 내 삶의 객관적 주변정황이 어떻게 변화하던지 상관없이 애써 견디어 낼 수 있는터이니 .. 더 무엇을 구하고 바랄 것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더 굿모닝논산 3월호에 이미 실은바 있는 공자 한 말씀을 다시 되뇌인다,

 

안회는 현자로구나,, 어질 구나 한 소쿠리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배채우고 누추한 거처에서 살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를 벗어나기 위해 애쓸 텐데 안회는 그를 벗어나려 애쓰지 않고 즐기는 구나 참으로 안회는 현자로구나

 

현자회야 [賢者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 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현재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누항 인 불감기우 회야 불개기락 현재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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