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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여행] 경남 창녕 우포늪·화왕산
  • 뉴스관리자
  • 등록 2014-11-23 13: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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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아 잘가라…억새들의 하얀 손짓

흰빛 군무를 만들어내는 화왕산 억새.
깊은 가을에 찾는 창녕 우포늪은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한여름 우포의 전경이 융단을 깔아놓은 듯 초록이 강렬했다면 가을 우포는 철새와 갈대, 물억새의 세상이다. 늪 주변을 걷다 보면 오솔길에서는 머리를 풀어헤친 물억새와 갈대의 흰빛 군무가 동행한다. 화왕산 정상의 억새숲도 만추의 향연을 부추긴다.



은밀한 자연이 전해 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우포늪을 찾을 일이다. 늪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고 우포늪의 상징인 장대거룻배가 오간다.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 있을 시간이다.





우포늪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담고 있다. 북쪽 목포의 장재마을은 왕버들 군락으로 원시적인 멋을 전해 준다.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은 장대거룻배의 풍경이 고즈넉하다. 우포늪에서는 이곳 주민인 어부들에게만 고기잡이가 허용되는데, 새벽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정경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포늪 전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보호받고 있다.

외지인에게는 우포늪으로 불리지만 현지 주민은 우포늪을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 등으로 나눠 부른다.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소벌로도 불렸다. 모래가 많았던 사지포는 모래펄, 나무가 무성했던 목포늪은 나무벌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우포 서쪽의 쪽지벌은 네 개의 늪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한적한 정취의 우포늪.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 펼쳐져

대대제방을 따라 우포에서 사지포 초입까지 이어지는 길은 물억새가 핀 오솔길과 대대마을의 황금벌판이 나란히 이어진다. 우포의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코스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철새의 군무와 억새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우포의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다. 우포에서는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과 댕기물떼새, 큰부리큰기러기, 가창오리 등의 군무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우포늪의 주민이 추천하는 풍광이 새벽과 함께 우포의 별밤이다. 늪은 해가 지면 별천지로 변신한다.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어서 이 일대의 별은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난다. 우포늪에 사는 온갖 동물들의 소리까지 어우러져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별자리 감상은 우포늪의 8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8.4킬로미터로 이어진 우포늪 생명길은 ‘느리게 걷기’가 어울린다. 차가운 시멘트 길이 아닌 흙을 다진 비포장 길이 따사롭게 이어진다. 이른 아침이면 우포늪을 걸어서 탐방하는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우포에 가장 깊숙이 다가서는 길은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다. 길을 걷다 보면 슬라이드 넘기듯 조우하는 비밀스러운 동식물에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우포늪에는 자전거 코스도 조성돼 있으며 자전거를 현지에서 대여해 주기도 한다.



우포늪 남쪽 초입에는 생태전시관이 마련돼 늪의 역사와 식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경단체인 ‘푸른 우포사람들’은 우포늪에 대한 안내와 함께 우포자연학습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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