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감옥의 겨울밤은 길고도 추웠다.[2]
  • 뉴스관리자
  • 등록 2012-12-09 10:59:46

기사수정
 
대전지방법원에서 자격정지 5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고법에 항소 했다.

서울고법에서 상고심을 다루게 된 터라 영등포 구치소로 이감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긋지긋한 독방생활이 신물이 난 터여서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지만 4개월을 머문 독방을 벗어난다 생각하니 인지상정인가 대전교도소에서 머물던 시간들에 대한 얼마간의 미련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필자가 머물던 대전 중촌동 대전교도소는 일본놈 들이 이 땅을 강점하던 시기에 지어진 건물로 노후했고 시설 또한 형편없었다.우충충 한 붉은 벽돌집 담벼락엔 온통 담쟁이 덩쿨로 뒤덮였던 그곳은 그래도 운동시간이 되면 하늘빛 을 맘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담 넘어 로 시야에 비치는 kbs송신탑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였다.

옆방에는 강도 절도.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르고 들어온 수인들이 7-8명 함께 생활하는데 시끌벅적 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감옥에서도 독방 생활은 견디기 어려운 고독감을 좀처럼 견디기 어려워 곱 징역 이라 부르곤 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자장면을 사먹을 수 있는 시간은 수인들에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이었는데 독방을 벗어나 식당으로 오가는 시간만큼은 교도소 정원에 심어진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고 무엇보다도 여자 수인들도 만나볼 수 있어서 남자 수인들에겐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필자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절대 금연구역으로 알려진 교도소 안에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담배를 구해 피울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감옥 안에서는 필터가 없는 담배 한가치가 메리야스 두 벌 값으로 거래됐다. 지금은 좀 나아졌겠지만 그땐 주로 간수들이 담배를 보급했다.

또 형이 확정된 기결수들이 외부로 사역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꽁초 한 개 라도 갖고 들어오면 말 그대로 장땡이어서 큰 인기를 끌었다.한번은 한 기결수가 3분지 2크기의 꽁초 한 개를 가져왔다.

거래를 하자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대로 메리야스 한 벌을 건네줬다.그 기결수는 불은 있냐고 물어왔다. 없다고 했더니 불 값으로 또 한 벌의 메리야스를 요구 했다.

설마 라이터를 준다는 것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당장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심에다 호기심까지 발동해 망서림 없이 또 한 벌의 메리야스를 건네줬다.

그러자 그 기결수는 치솔대 중간에 홈을 파고 라이터돌을 집어넣은 부싯돌[?]을 건네주면서 불 지피는 방법까지 상세히 설명해줬다.먼저 변기통이 놓여 있는 창문 벽에 죄수들이 덮고 자는 이불솜 한 꼬투리를 붙여 입에 문 담배를 가까이 댄 채 유리조각으로 라이터돌과 마찰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저녁시간이 지나고 한참을 지나 간수들이 교대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틈타 기결수가 시키는 대로 해봤다.서너 번 을 실패한 뒤 신기하게도 솜털에 불이 지펴졌고 입에 문 담배에 불이 붙었다.얼마 만에 맛보는 담배 맛이던가.. 연기 한모금 아까워 길게 심호흡해 빨아들였다.

온몸이 짜릿했다.수인들은 이런 현상을 흔히 “홍콩 갔다”라고 표현한다.여러명이 함께 있는 방에서는 담배 한개피를 돌려가며 피우는데 필터는 떼내어 버린다 .맛이 없다는 거다.

그리고 고참 이어야 맨 늦게 피운다, 말하자면 니코친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이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이었다.흔히 기결수들이 밖에 사역을 나가는 경우에는 그들이 신고나가는 고무신 움푹 파여진 중간부분에 밥풀이나 껌 같은 것을 붙이고 나간다고 했다.

그렇게 붙인 껌이나 밥풀을 붙인 고무신을 어기적거리며 신고 다니다 꽁초가 보이면 꾸욱 눌러 붙여 가져 온다는 것이니 생각만 해도 그 기발한 발상이나 어기적거리는 몸놀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라이터돌은 여러 번씩 감방에 드나드는 전과자들의 필수품이어서 재범자들은 감옥에 들어오기 전 여러 개의 라이터돌을 비닐에 싸서 항문 속에 감추어 들여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옥 안 풍경이야 숫한 사람들의 옥중경험을 실은 책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교도소 안의 또 다른 이색 풍경은 비둘기 낚시에 관한 이야기다. 필자는 서대문 형무소 영등포구치소 대전교도소 세 곳의 감방생활을 경험 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 중의 하나가 비둘기 사냥이다.무슨 유에서 인지 교도소에는 유난히 많은 비둘기들이 서식 한다

아마 수인들에게 주어지는 보리 콩이 섞인 밥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년씩 교도소서 수감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비둘기 낚시에 정통한 이들이 많다는 데 수인들은 감옥 생활을 하면서 다 헤어진 양말 하나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 수인은 떨어진 양말을 한올 한올 실로 풀어낸 다음 철사를 갈아 만든 낚시를 붙들어 매고 먹다 남은콩밥덩이를 달아 창밖으로 던지고 기다리면 어김없이 비들기가 걸려든다는데 그렇게 잡아낸 비둘기는 간수에게 제공하고 담배 등을 제공받는다고도 했다.하여튼 내 삶을 더듬어 감정의 기복이 가장 심했던 대전교도소 생활을 뒤로 하고 호송차에 실려 그렇게 영등포 구치소로 행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제주는 33일 연속 열대야, 인천도 최장기록 경신 앞둬(전국종합=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밤이 돼도 더위가 가시지 않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역대 가장 긴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서울 ...
  2.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파리올림픽 기념행사 깜짝 참석…"국민에 용기와 자신감" 선수단 격려"밤잠 못 자고 경기 챙겨봐…여름날 시원한 선물 준 선수들에 감사"(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2024 파리 올림픽 기념 행사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고 대통령실 정...
  3.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서장 김경철)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을지연습·민방위 훈련과 연계해 전국 동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이번 훈련은 민방위 날과 연계해 전국 소방서에서 동시에 진행하며, 긴급차량의 신속한 ..
  4.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이 지난 16일 평양 문수물놀이장과 릉라물놀이장에서 즐거운 휴식의 한때를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4.8.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끝)
  5.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서울=연합뉴스) 공군이 지난 14일 경남 해상생환훈련장에서 조종사 해상생환훈련을 실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공군 교관이 취재진에게 낙하산 견인 훈련 시범을 보이는 모습. 2024.8.17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6.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공주=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 공주시와 공주시의회가 저출생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임신부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에 나섰다.17일 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경운 의원은 최근 '공주시 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
  7.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 경향신문 = 경찰은 막고, 법원은 조건 달고 윤 정부서 '집회 제한' 늘었다 ▲ 국민일보 = 李 85% 압승… "영수회담 하자" ▲ 매일일보 = 고금리에 빚더미 산업계 줄도산 '비상' ▲ 서울신문 = 두 손 번쩍 ▲ 세계일보 = '일극' 굳힌 이재명 "국정소통 영수회담 하자" ▲ 아시아투데이 = 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