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꽃이 피면 김주은 기본 상식과 예절에 하늘꽃이 피었다는 것은 그대의 비릿한 수묵 빛이 등 푸른 바다껍질을 타고 그리움의 덧문을 열기 때문이 아니라 이른 봄에 노란 피를 수혈받아 설전 부쳐 먹던 산수유꽃이나 지아비 잃은 슬픔을 홍주로 빚어내는 진달래꽃이기 때문이 아니라 얼룩 나비의 그물마다 범꽃이 피어 아직 안 터진 지뢰 속을 들락날락하거나 야반도주 중에 끝내 붙잡혀와 캄캄한 겨울에 드러누운 눈꽃이 얼굴에 작은 희망하나 흘러내려 무성한 아지랑이 명경 속으로 물소리 가득하기 때문이 아니라 백목련의 꽃등을 연초록빛 별장에 너무 오래 탁란시켜 껴껴한 마음속에 해상도 한 장이나 눈부신 계곡의 꽃 덤불 퉁겨져 나와서가 아니라 해왕성의 길이나 명왕성의 허리 부분을 조금 수선하여 지구의 궤도를 원격수정해서가 아니라 나팔이 엷은 색인 슬픈 황무지에 빠진 노란 추억 하나 가슴에 그어놓고 접근금지 알리면서 말이지 눈 뜨면 하늘꽃 활짝 열어 만방에 휘날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