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작성일 : 06-12-06 11:17
동방견문록
글쓴이 : 뉴스관리자
조회수 조회 : 3,940
















동방견문록



 


등록일: 2006-11-28 오전 10:03:40








인류 문명은 어떤 식으로든 늘 충돌해 왔다. 서양에서 기독교와 회교도 간에 십자군 전쟁을 하는 동안 동양에서는 몽골이 텐산을 넘어 서역으로 진출해 갔다. 문명은 그런 식으로 충돌했고 전쟁의 승패와 관련하여 우열이 가려지고는 했다. 전쟁은 상대편으로 적으로 만들었고 더불어 상대편의 문화는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전쟁이란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무릎 꿇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편의 문명에 관하여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승리의 제물로 얼마든지 말발굽에 짓밟힐 수 있는 사소한 것이라 생각되기 쉽기 때문이다. 문화충돌이라는 면에서 동양을 서양에 가져간 사람이 있었다면 나는 마르코 폴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순식간에 지구 반대편으로 대용량의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24시간 내에 지구상 어디든 도착할 수 있다. 교통과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게 어디든 도착할 수 있는 근접생활이 가능해 졌다. 그럼에도, 개인과 개인, 나라와 나라, 문명과 문명 사이에 충돌과 오해는 불식되지 않았다. 가까워진 만큼 이해의 폭도 커져야 할 것인데 오히려 단절은 더욱 도드라진 것 같다. 나는 서양에 동양의 문명을 소개한 사람 마르코 폴로를 생각해 보았다. 그의 <동방견문록>은 당시의 서양 사람들에게 허무맹랑하고 생뚱맞은 것에 불과했다. 당시 서양 사람들은 그의 책은 믿을 수도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서양인의 생각엔 지구는 평평한 원반처럼 생겼고 그 원방의 끝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옥의 세계가 있었다. 그곳에서 동양인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몽골인들이 서유럽에 진출해 갔을 때 악마들이 침입해 왔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다. 그러한 서양인들의 생각은 당시에 그려졌던 그림에 그대로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서양인들에게 위대한 중국, 위대한 동방이라니 그것은 얼토당토않은 것이었으리라.   



 



마르코 폴로는 달마티아 출생으로 1271년 아버지 니콜 폴로와 숙부 마태오와 함께 동방여행을 따라나섰다. 그들은 중국으로 가는 길을 해로가 아닌 육로를 택하였다. 그는 중국에 머물면서 원나라의 우대를 받으며 관직도 겸하였다. 17년간 그곳에 머물면서 여러 곳을 여행하였는데 그 때 보고 들은 것을 후에 감옥에서 작가 루스티켈로를 통해 쓴 것이 <세계 경이의 서>라는 책이다. 1324년 마르코 폴로가 죽음이 임박해 있을 때에 로마 교황청은 그에게 책의 내용이 거짓이었다고 고백하라고 압력을 넣었었다. 그러나 그는 온갖 불이익에도 그의 뜻을 굳히지 않았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서양인의 세계관으로는 지중해 연안을 벗어난 서구 세계 밖에 위대한 문명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없었고, 존재한다고 한들 부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마르코 폴로는 아직도 의심을 받고 있다. 책의 내용으로 봐서 10여 년을 넘게 중국에서 살았던 흔적이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가장 기본적인 차, 젓가락 사용 등에 관하여 전혀 언급이 없다. 더욱이 그 위대한 만리장성에 관하여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진정 그는 의구심을 살만한 책을 썼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서양에 동양에로 이르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동양이란 차라리 포카혼타스 같은 것이었으면 했을 것이다. 탐욕의 용병들을 앞세워 착취와 살인을 서슴없이 해대고는 원주민 처녀에게 은덕이라도 베푼 양 미화시킨 영화 포카혼타스 말이다. 그리고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그 우스꽝스런 세상 이야기가 동양의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 귀 기울인 몇몇의 사람에 의하여 콜럼버스의 대발견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와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당신에게 동방견문록과 같은 등장일 수 있다. 내가 느닷없이 나타나는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당신도 그럴 것이다. 내가 어느 누군가의 문전에서 홀대받으면 그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처럼 당신도 그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의 상대가 존재하는 한 귀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르쇠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상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 상대방은 나에게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동방견문록이 아직도 그 진위를 의심받고 있는 것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한 상대는 늘 나에게 의구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700년 전에 쓰인 동방견문록이 아직도 의심을 받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단절의 사회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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