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빈집
詩;최영희
바닷가
빈집 한 채
바람이 살다 갔다
처마 밑엔
텃밭에 씨감자 꼭꼭 박아 심던
할아버지 장죽 두드리던 소리만 달려있고
무쇠 솥 걸렸던 자리 솥 뿌리마저 뽑힌 채
검게 그을린 아궁이 앞엔
부지깽이로 다독이던 가난한 여인의 삶이
얼룩으로만 남아 있다
산 그림자 내려와
사람이 살다간 채취마저
무덤 속에 잠들이고 싶었으리라
애증일까
무릎이 내려앉듯
주저앉으면서도 버텨 내는
바람이 살다간
빈집
모두가 떠나버린 뒤에도
돌담 너머
슬픈 눈빛으로 반기는
떼찔레꽃
아마, 저 집에 살다 간
계집애의
애틋한 정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