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장학금’ 이름으로 3년째 남몰래 기금 전달
“죄송하지만 이걸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9일 오후 전남 담양군청 주차장. 이곳을 지나가던 주민 송모씨(30)는 어떤 남성의 부탁을 받았다. 양주병 상자를 건네주며 “군청 행정과장에게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뭐냐고 물었지만 그분은 아무 대답 없이 군청 문을 나섰습니다.”
그는 중절모에 마스크를 쓴 5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이날 군청에 전달된 양주병 상자에는 5만원권 100장씩 20묶음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1억원이었다. 상자 안에는 편지 한 통이 첨부돼 있었다.
‘등불장학금, 관계 기관과 담당 직원의 수고에 감사. 선발 학생은 1학년(입학생)으로, 2년 이상 지급을 희망합니다. 2011년 3월9일.’
등불장학회는 2009년 8월 첫 기부자가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맡기면서 가난한 학생 등에게 등불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설립됐다. 기부자는 지난해에도 200만원의 돈상자를 보낸 바 있다.
군청 관계자는 이날 1억원을 기탁한 남성의 용모와 글씨체, ‘등불장학회’를 기부 대상으로 지목한 점 등을 들어, 그동안 익명으로 기금을 전달해온 선행자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담양군은 10일 오전 기부심사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사용처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승태 행정과장은 “기금 수익금으로 지난해 3월부터 불우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격려했다”면서 “청사 인근에 CCTV 등이 있어 얼마든지 주인공을 수소문해 감사의 뜻을 전할 수도 있지만 익명으로 선행하시는 분의 뜻을 살려 찾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