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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金鮮京. 사진). 28세 그녀의 얼굴에 해맑은 웃음이 살아났다. 더불어 그녀의 가족들에게도 웃음이 찾아 왔고, 그들은 지금 행복과 살고 있다.
그녀가 웃음을 잃어야 했던 것은 지난 2005년 발병한 ‘뇌막염’ 때문이었다. 뇌막염은 뇌막에 염증이 생겨 발병하는 것으로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 세균, 결핵균 감염 등이 대부분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뇌막염 초기에는 발열, 두통,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을 보여 감기 등의 가벼운 감염성 질환들과 감별하기 쉽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초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뇌막염은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 왔다.
당시 충남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김선경씨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는 꿈 많은 연주자였다.
그런데 갑자기 불청객 뇌막염이 찾아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게 됐고, 5년 동안 입원하면서 여러 차례 뇌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의사는 가족들에게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각인시켜 아버지 김춘배씨는 “당시 딸이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털어 놨다.
사람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당시 김선경씨의 어머니 오영순씨만 교회에 다니고 있었는데 김춘배씨도 교회에 다니며 하나님께 “딸을 살려 달라”는 애절한 기도를 올렸다.
딸이 정말 죽는다고 생각했기에 교회를 다니지 않았던 아버지였지만, 교회에서 목이 울컥울컥하는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녀의 어머니 오영순씨도 딸과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뇌수술을 너무 힘들어 하는 “그녀가 수술을 받기 싫다”고 말하자 “그럼 엄마와 함께 죽을까?”라고 말했더니 “함께 죽자”라고 말해 함께 죽기로 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면서 수술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목사님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그 목사님이 어머니와 딸을 살렸다. 이야기를 듣고 난 목사님은 롤러코스트를 비유해 가며 이들을 설득했다.
“우리는 놀이 공원에 가서 돈을 내가면서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데 그 이유는 타는 과정에서는 무섭지만, 해피엔딩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과는 반드시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모녀에게 주었다.
그리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기도해 주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현실로 나타났다. 그녀가 수술을 받고 되살아 난 것. 그녀에게는 새 생명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8월 2일자 충남 교향악단 홈페이지에는 2010년도 충남교향악단 신입단원 공개모집 실기전형 합격자가 발표됐다.
여기 바이올린 상임부문에 김선경의 이름이 떴다. 5년 만에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 옛 자리를 되찾게 됐다. 무려 40명이 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아픈 와중에 하나님을 만나게 됐고, 그 하나님께서 새로운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항상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저를 지켜보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젠 겸손하게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특히 병원에서 무척 어려웠던 만큼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아픈 와중에서도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 환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이제 그녀의 시각이 달라졌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에게 옆과 뒤가 보이기 시작한 것.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 왔지만, 이제는 지역 병원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그들을 위한 연주로 영혼을 울려주는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 뒤에 잠시 맑은 햇살이 비쳤다.[특급뉴스/충남인타넷신문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