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捲(권) 말다 / 土(토) 흙 / 重(중) 거듭 / 來(래) 오다
좌절(挫折)의 쓴맛을 본 사람이 다시 새로운 의지를 다질 때, 지난 좌절의 아픔을 새로운 재기(再起)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새롭게 재기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사로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있습니다. "흙[土]을 말면서[捲] 다시[再] 온다[來]"는 뜻의 권토중래(捲土重來)는 흙을 만다는 의미가 말발굽과 병사들의 진격으로 인해 흙 먼지가 일어나는 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다시 표현하면 "흙 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온다"는 뜻이고 실패의 고통을 당한 사람이 다시 힘을 만회하여 재기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유사한 성어를 들자면 '다 타버린 재가 다시 불붙었다.'는 뜻을 지닌 사회부연(死灰復燃)으로 '세력을 잃었던 사람이 세력을 다시 잡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권토중래는 한 유방과의 격전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마감한 초의 항우에게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본거지인 강동(江東) 지역으로 후퇴를 해서 재기의 기회를 노렸다가 다시 유방(劉邦)과 대결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생겨난 고사인데, 고사의 출전은 당나라 말기의 시인인 두목(杜牧) 의 《제오강정(題烏江亭)》이라는 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勝敗兵家不可期 (승패병가불가기) 승패는 병가에서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니,
包羞忍恥是男兒 (포수인치시남아) 부끄러움을 안고 참는 것도 바로 남아로다.
江東子弟多才俊 (강동자제다재준) 강동의 자제에는 뛰어난 인재도 많았으니,
捲土重來未可知 (권토중래미가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오면 (승패를)알 수 없었을텐데..
두목(杜牧 803∼852 : 두보(杜甫)를 노두(老杜)라고 하는 것이 비견해 두목은 소두(小杜)라고 함)은 항우(項羽)가 죽은지 천 년이 지난 뒤의 시인이었지만, 오강(烏江)의 여관(旅館)에 머물면서 항우의 의리(義理) 있는 성격과 우미인(虞美人)과의 이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인간성, 또한 그의 죽음[31세에 요절] 등을 회상(回想)하며 비애(悲哀)에 졌어 이 시를 지었다고 합니다. 특히 강동(江東)의 부형(父兄)들에게 패전의 모습을 보일 수 없다 하면서 죽음을 택한 항우(項羽)의 심정을 안타까움에 그려낸 시(詩)이기에 애석함을 금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일제의 강점이래 최대의 국난으로 일컬어지는 IMF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개인으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난과 역경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기에 우리의 마음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는 너무나도 자명(自明)합니다. 지난 역경의 고통을 잊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고통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는 자세에서 새로운 앞날의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어떠한 대처(對處) 방법이 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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