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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과 미국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1-28 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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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국제 정치의 신경 세포가 몰려있는 세계 권력의 심장부 같은 도시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사는 백악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가 극도로 발달하면서 전 세계인은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텔레비전화면이나 인터넷 모니터를 통해 세세히 보게 됩니다. 그 내용이란 것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정치인 외교관 관료 경제인들이 백악관 국회의사당 국무부 국방부 상무부 등에서 벌이는 일들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 D.C.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은 하얀 얼굴의 미국대통령이었습니다. 그래서 워싱턴 D.C의 정치적 이미지는 하얀 얼굴로 우리에게 비쳐졌습니다.

그러나 워싱턴 D.C는 흑인도시입니다. 현재 이 도시의 거주 인구는 약 60만 명인데, 그 중 56퍼센트가 흑인으로 백인 비율보다 배나 높습니다.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흑인 도시인 셈입니다. 워싱턴 D.C의 흑인 거주 유래는 독립전쟁을 전후해 이 도시가 생길 때부터라고 합니다. 남부 주에서 생겨난 해방노예들이 이곳으로 몰려들면서 흑인 도시의 전통을 확립한 것입니다.

낮 동안 수도 워싱턴 D.C의 인구는 100만 명입니다. 대부분 정부업무와 관련하여 출근했다가 밤에는 40만 명 정도가 인근 교외 거주 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나 저널리스트들 사이에 이런 평이 있습니다. “밤의 워싱턴 D.C.에 남아 있는 백인은 백악관을 지키는 대통령 부부뿐이다.”

이제 백악관 주인도 흑인이 됐습니다. 워싱턴 D.C.의 정치적 이미지도 검은 얼굴이 됐습니다.

일주일 전 워싱턴 D.C.에서 벌어진 미국 제44대 대통령 취임식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보았습니다. 참 재미있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행사였습니다.
몇 년 살아보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땅덩이만 아니라 문화가 너무 복잡해서 한 눈에 뭐가 뭔지 파악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모습을 집중해서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대통령 취임식과 전 현직 대통령 장례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집권당이 교체되는 대통령 취임식은 여러 가지로 눈길이 갑니다.

국회의사당 테라스에서 펼쳐진 미국대통령 취임식 광경을 보면서 자꾸 고대 로마제국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사실 포로 로마노(Foro Romano)에서 펼쳐졌던 로마제국의 대관식이나 개선식이 정확히 어떤 광경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미국이 하는 것을 보면 정치제도를 비롯하여 로마를 많이 본받았습니다. 미국인들이 건설해놓은 것을 보면 로마에 대한 향수가 강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의 의전행사에도 많이 참고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행사라는 것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이 해석해놓은 로마의 의전 스타일이 아닌가 하고 상상해 봅니다.

테라스에 마련된 단상에 앉아 있는 상하 양원 의원들이 로마 원로원의원 같은 귀족의 얼굴과 포개집니다. 조 바이든, 힐러리 클린턴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좌우에 포진될 사람들의 얼굴에서 권력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의사당 앞 몰을 가득 메운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가 포로 로마노 광장을 메웠던 로마시민들의 환호를 연상하게 합니다. 권력의 화려함이나 무상함이 이렇게 일시에 드러나는 광경도 없을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보면서 옛날 로마제국에 등장했던 이민족 황제가 생각났습니다. 로마가 나이를 먹고 광대한 영토를 가진 무거운 제국으로 변하면서 스페인, 북아프리카, 시리아의 속주출신을 황제로 받아들입니다. 미국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 백인들의 힘만으로는 통치를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국의 인종 다양성도 그렇고 세계경영을 위해서도 스스로 변해야 할 역사적 전환점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

오바마의 미국이 어떤 방향을 향해 변화해 갈까요. 로마는 대외적으로는 이민족을 제압하며 제국을 확대해나갔고 그 과정에서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흥망의 기복은 모든 국가에게 거의 공통적으로 일어났듯이 언제나 내부에서 싹텄습니다.

오바마 취임식 행사 화면에서 늙은 흑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오바마가 취임사에서 말했듯이 불과 60년 전 동네 식당에서 음식대접을 받을 수 없었던 그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의 서러움이 승화되어 나온 눈물일 것입니다. 오바마의 등장을 통해 문명의 흐름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언제나 그 질과 양에서 전진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변화에서 미국의 21세기 리더십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취임기분에 들뜬 미국인의 여론이 가라앉고 나면 오바마는 지구촌을 덮고 있는 강한 변화의 격랑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의 리더십에 미국의 운명도 달려있지만 우리의 미래도 실렸다는 관점에서 좋은 항해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필자소개



김수종


1974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여 30여년 기자로 활동했다. 2005년 주필을 마지막으로 신문사 생활을 끝내고 프리랜서로 글을 쓰고 있다. 신문사 재직중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환경책 '0.6도'와 '지구온난화와 부메랑(공저)'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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