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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의 적(敵), 공기업(公企業)?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0-22 08: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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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의 적(敵), 공기업(公企業)?



‘공공(公共)의 적(敵)’이라는 다소 우중충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늘진 얼굴의 사내 강철중(배우 설경구분)이 1편에서는 형사로, 2편에서는 검사로 나옵니다. 이 꼴통이 온갖 회유와 압력을 무릅쓰고, 또 갖은 수난을 당해가며 결국은 선량한 시민을 괴롭히거나 등쳐먹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게 줄거리입니다.

세상 어디서나 악의 출현은 끝이 없습니다. 외국에선 보안관도, 형사도 진작 두 손 들었는지 배트맨에다 스파이더맨, 그리고 슈퍼맨까지 동원하는 판입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선 공직에 대한 기대가 남았는지 영화에서나마 경찰과 검찰이 악의 상대역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강철중이 맞서야 할 공적(公敵)은 그렇게 어두컴컴한 데 숨어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국감이나 언론보도에서 고발되는 내용을 보면 백주에 호화건물에서 회전의자를 돌리며 국민을 공깃돌처럼 가지고 노는 공기업(公企業)이 바로 공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44조 원의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진 주택공사가 지난해 직원 성과급으로 512억 원, 급여성 복지후생비로 309억 원을 지급. 주공을 포함한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들이 직원 전세자금으로 3,900억 원을 지원.

3년간 1조원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한국철도공사(KORAIL)가 4년간 성과급으로 6,250억 원을 지급. 도로공사는 직원들을 고객으로 가장시킨 고객만족도 조사로, 토지공사는 영업비용의 이중 공제로 경영실적을 위장. 한국공항공사는 허위로 휴일 근무수당 지급.

올해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아 적자를 보게 된다고 추경예산에서 6,680억원이나 지원받은 한전과 자회사들은 경영실적 조작으로 우수 경영평가를 받아 직원 상여금으로 899억 원을 지급. 한전의 자회사 임원은 물론 일부 간부들까지 해외여행 시 1등석 이용. 역시 3,360억원의 추경 지원을 받은 가스공사는 임직원 영어교육비로 28억 원을 지급.’

이밖에도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공기업들이 보인 한심한 작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런 부정과 비리 경쟁에서 빠진 공기업 임직원들은 또 얼마나 배가 아플지.

‘촛불 소녀’를 기억하십니까. 광우병 염려에 광적으로 저항하던 촛불이 아닙니다. 일제고사를 반대하던 촛불도 아닙니다. 불교 차별에 시위하던 촛불도 아닙니다. 불과 3년 전 경기도 광주에서 한 여중생이 전기료를 못내 촛불을 켜고 살다가 불에 타 숨졌습니다. 한전 자회사 본부장님 한 분이 아낀 1등석 비행기 값만 있었어도, 아니면 그 수많은 시위를 밝히던 촛불 값의 작은 부분만 있었어도 그 소녀는 지금껏 해맑은 얼굴로 우리 곁에 있었을 것입니다.

공기업이란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국가나 공공단체의 돈으로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이윤을 절대적인 목표로 하는 개인의 사기업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이익을 내기 어렵더라도 공익을 위해 거액의 자본을 들여 수행해야 하는 것이 공기업의 사업입니다. 사기업에 내맡기기에는 공공성이 너무 큰 사업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기업의 사업 대부분이 독점적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능사가 아닙니다.

경쟁이 없는 독점사업에서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건 값이나 서비스료를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국민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챙기면 국민생활이 불편해집니다. 그렇다고 적자만 쌓이면 역시 국민의 혈세로 벌충해야 합니다. 그래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정도의 적절한 사업수입과 경영기술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언론이 전하는 우리 공기업은 두 부류로 나뉩니다. 빚을 산더미같이 쌓아놓고도 수많은 식구가 매달려 (적자를 낸 데 대한)성과급이다 수당이다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부류, 고객인 국민의 목덜미를 쥐어흔들며 큰 수익을 올려 최고의 연봉도 받고 도처에 문화센터도 짓고 수련원이라는 별장도 짓는 부류. 그래서 공기업은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인 것입니다.

지난해 통계로 보면 정부 부처 소관의 산업은행이 8,500만원, 수출입은행이 7,200만원,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기계연구원과 전기연구원이 7,000만원, 정부산하기관인 한국방송광고공사가 6,700만원의 평균연봉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100대 사기업의 5,500만원을 훨씬 능가하는 돈입니다.

그러나 공기업을 이렇듯 도적의 소굴처럼 만들어 온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손으로 뽑은 역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습니까.

그들이 ‘국민겡제’는 뒷전에 밀어놓은 채 대선 때 외상으로 부려먹은 수하들을 걷어 먹이려고 끊임없이 낙하산을 날리고, 젖과 꿀이 흘러넘치는 공기업에 점프한 자들은 선주민들을 무마하느라 국민의 주머니에서 갈취해낸 돈 보따리 풀어 같이 나눠먹고, 그런 식이 아니었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있는 조직 쪼개어 나누고, 없는 조직 새로 만들고 한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해먹은 자를 뒤따르는 자가 손가락질하고, 뒤따르는 자를 앞서 해먹은 자가 성토하고, 개가 웃을 일입니다.

국리민복을 위해 밤잠 못자고 애쓴 진정한 공인들이 왜 없었겠습니까. 낙하산 타고 내려와서도 조직의 건전과 효율을 위해 애쓴 이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또 사실 앞서 열거한 국감 지적이나 언론보도에 다소간 과장이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처에서 터져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부정과 비리와 사기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속은 이미 다 타서 재가 된 지 오랩니다.

공기업의 선진화니 뭐니 해서 정부여당도 떠들고 야당도 대꾸합니다. 그러나 가장 분명하고 확실한 해결책은 권좌를 차고앉은 대통령의 의지입니다. 정말 국민생활을 위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노조의 촛불도 텐트도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도 집권을 위한 선거 한 번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퇴임 후 적절한 기간 내에 사후평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가 어질러놓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이곳저곳서 분별없이 후임자를 헐뜯거나, 국민 혈세로 진지를 구축해 놓고 후임자를 향해 품위 없이 공포탄을 날려 나라 망신시키는 일도 없도록.







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체육부장, 부국장, 경영기획실장과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여러 차례의 올림픽과 월드컵축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의 현장을 취재했고, 국제스포츠이벤트의 조직과 운영에도 참여하며 스포츠경기는 물론 스포츠마케팅과 미디어의 관계, 체육과 청소년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된 글들을 집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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