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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표절이 범죄입니까?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8-01 23: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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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로 내정된 분들이 자기표절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간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표절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 때문에 마치 범죄행위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이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합니다.

표절은 인터넷 사전에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쓰는 것’이라고 설명돼 있습니다. 표절은 남의 작품을 허락도 없이 도용하는 것으로 범죄행위이지요. 자기 표절은 자기 작품을 따다 쓰는 것인데, 자기 작품의 경우에는 특별한 경우(자기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권리가 남에게 있는 경우 등) 이외에는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으므로 범죄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불법 행동을 표현하는 표절이라는 용어를 빌려 쓰다 보니 형용의 모순이 생겼습니다.

사람의 지적 활동으로 생긴 창작물을 보호해 주는 제도를 지적재산권제도라고 합니다. 이는 크게 저작권제도와 산업재산권제도(특허, 상표, 디자인)로 나뉘는데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를 저작물이라 하지요)을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저작물에는 음악, 영화, 그림, 소설, 설계도, 도형 등 온갖 표현물이 포함되고 교수의 논문도 저작물에 해당합니다.

저작권 중 중요한 것이 복제권입니다. 복제권은 표절에 관한 위의 설명에서 ‘따다가 쓸 권리’를 말하는 것인데, 복제권을 침해하면 불법입니다. 저작권이나 사용권을 갖지 못한 사람이 허락도 없이 따다 쓰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 등을 위해서는 허락 없이 일부 인용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인용하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지요.

어느 교수가 자기의 지적 노력으로 논문을 완성했다면 그 논문을 사용할 권리는 그 사람이 갖는 것이므로 그 교수는 자기 논문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이 많이 생산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인데, 논문의 전부이든 일부이든 자기가 자기의 논문을 복제, 배포, 전시, 판매, 방송하는 데 제한을 받는 것은 곤란합니다. 자기의 권리를 활용하는 행위를 자기표절이라고 불러 마치 불법행위를 하는 듯한 용어로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그러나 한 번 생산한 논문을 이중으로 활용하는 것이 부적합할 경우가 있습니다. 국가가 연구개발자금을 지원하려 할 때 국가는 이미 연구가 완성된 항목에 예산을 지원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구가 완료된 것인데도 마치 새로 연구해야 하는 것으로 속여 이중으로 지원을 받거나, 연구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이곳 저곳에 새로운 논문인 것처럼 포장하여 발표하고 그 성과를 이용했다면 연구자금 지원기준을 위반하거나 연구성과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부당하게 연구 지원을 받고 부풀린 연구성과를 활용한 것이 있다면 이런 내용을 밝혀 제재를 가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자기 표절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기 연구논문을 이곳 저곳에 발표하는 것을 부도덕하고 불법 행동인 것같이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수준 높은 저작물이 많이 생산되고, 널리 유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저작물로 인해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이 인류세계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작물을 만든 사람에게 독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이 나쁜 일인 것같이 인식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 표절이라는 용어 대신에 중복 지원, 연구윤리기준 위반과 같은 용어를 쓰는 게 낫겠습니다.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1958년 진주 출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 건설기술자로 근무 후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기술사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과학기술자를 푸대접하는 사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행정개혁시민연합 과학기술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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