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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또 기적이 일어날까
새로운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의 일인지, 국민들은 복부인과 방불한 이재술로 낙마하는 각료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그들의 재산형성 행로에 어안이 벙벙합니다. 명예든 재부(財富)든 하나만 갈무리하시지요. 덕분에 우파 대통령에 좌파 장관이라는 희한한 ‘코아비타시옹(좌우동거정부)’의 과도기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재산이 100억원대를 넘는 사람도 있는 이명박 정부의 각료 내정자들은 몇 억 원 밖에 없거나 심지어 강금실 장관처럼 빚이 더 많았던 사람조차 있었던 노무현 정권의 빈 티 나던 장관들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 분포도와는 다른 ‘부의 코드’인가, 골프회원권에 외제 승용차로 상징되는 부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부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당하게 벌었다면 신나게 써도 좋을 것입니다. 문제는 증식 방법이었죠. 농사를 짓지 않을 사람이 농지를 갖는 것은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법 정신을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자녀의 태반은 외국에서 살고 있고 내정자의 3분의 1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토요타 푸조 혼다 아우디 등 가지가지 외제차가 등장합니다. 일찍부터 국제화가 되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돈을 주체 못해 외제차를 샀나 묻고 싶은 대목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신자유주의자들은 반발할 것입니다. “무슨 X소리냐? 코리아는 이제 연간4,000억달러 수출에 도전하고 한 자동차사의 수출누계가 1,000만대를 돌파한 판인데 외제 자동차 타고 다닌다고 뭐가 잘못이냐. 국제화시대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다”라는 말로 역공격하겠지요.
이런 부류들이 농민들의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시장개방 찬성자들이 아닌가요. 그런데 이 분들도 요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로 인한 물가 상승)이란 말을 듣고 계시겠죠. 식량도 천연자원으로 석유 화석연료처럼 전세계에서 하늘 높이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는 밀 가격이 하루 동안 22%나 폭등했다죠. 다시 말해 한 쪽을 희생하는 개방이 국가발전에 불변의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외제차는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과 교역하는 기업이 사업 상대를 의식하여 그 나라 차를 몰고 접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다르죠. 그들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높은 지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또 들먹여야 합니까. 이제 웬만한 공직자들은 귀에 못이 박히지 않았나요. 사실 재산으로 친다면 외제차를 타고 다녀도 남을 사람들은 이들 장관 후보 말고도 이 나라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허투루 행동하지 않습니다.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이 넘는다는 배부른 생산직 종업원들이 걸핏하면 파업하는 XX노총 산하의 강성노조가 괘씸해도 애국심이라고 하는 것이 발동하여 국산차를 타고 있는 것이죠.
만일 외제차가 대외무역개방정책을 과시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세계적 기준)의 표현이라고 강변한다면 자가용이 아니라 관용차부터 제한적으로 외제로 바꾸는 정책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프랑스에 살아보니 심지어 어느 대통령은 개인 차량으로 쏘나타 보다 좀 큰 겨우 2,500cc급의 자국산 시트로엥CX를 탑디다.
일본차가 프랑스 자동차시장을 한창 공략하던 90년대 초반 자크 깔베 푸조 자동차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외제 자동차를 한 대 살 때마다 프랑스에서 실업자는 8명이 더 늘어난다.”
외제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며 호화생활하고 자녀는 외국에 살게 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섬기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실 수가 있나요. 경제를 살려야 하는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외제차를 타면서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하시려는지요. 정말이지 한강의 기적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