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여성 대통령? 흑인 대통령?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2-12 09:26:17

기사수정
 
여성 대통령? 흑인 대통령?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들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앉는 날이 오리라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45년 전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은 링컨센터에 모인 수많은 군중 앞에서 그렇게 자신의 꿈을 피력했습니다. 1963년 8월 워싱턴D.C.를 향한 평화 대행진에는 인종과 종교의 벽을 넘어 진정한 자유의 실현을 희망하는 25만 여명의 흑백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한 때 남북전쟁의 격전지였던 조지아의 주도 애틀랜타 중심가 남쪽에는 예전 흑인노예들을 벌거벗겨 세워놓고 흥정하던 지하시장 언더그라운드가 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오번애비뉴를 따라 동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마틴 루터 킹 비폭력사회개혁센터와 킹 목사의 생가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생전의 킹 목사의 연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귀성과 귀경 전쟁이 벌어지던 설 연휴 동안 태평양 건너 미 대륙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으로 전쟁을 치렀습니다. 놀라운 건 민주당의 신진 ‘벼락 스타’ 오바마의 약진입니다. 소위 말하는 ‘슈퍼 화요일’의 대회전에서도 힐러리와의 선두 다툼에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어느 나라에서도 ‘강 건너 불구경’이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의 8년에 식상한 데다 심각해진 경제 상황, 테러와의 지루한 전쟁 등 여러 요인들로 올해 미국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한결 유리한 입장입니다. 그런 판국에 뛰어든 1번 주자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요, 2번 주자가 46세의 젊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입니다. 힐러리가 이기면 첫 여성 대통령이, 오바마가 이기면 첫 흑인 대통령이 될 판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민주주의 맹주로 자부하는 미국에서도 전국적으로 여성이 선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은 겨우 약 90년 전 일입니다. 더구나 흑인이 실질적으로 선거권을 얻은 건 40년여 전에 불과합니다.

킹 목사가 인권운동을 벌이던 1960년대만 하더라도 흑인은 백인과 같은 버스 좌석에 앉을 수 없었습니다. 같은 레스토랑에 앉아 밥 먹을 수도 없었습니다. 킹 목사는 그런 불평등과 맞서 싸운 공으로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또 그 싸움을 계속하다가 1968년 41세의 한창 나이에 암살당했습니다.

킹 목사가 떠난 지 40년. 미국민들은 지금 첫 흑인 대통령후보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3억 인구의 미국에서 흑인 비율은 15% 정도. 오바마는 의외로 백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 영향력이 큰 에드워드 케네디, 존 케리 등의 지지 선언은 의미심장합니다.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이 아니면 안 된다던 미국의 전통적 주류사회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는 것입니다.

검은 대륙의 케냐에서 하와이에 유학 왔던 흑인 목동의 아들, 시카고 상원의원 8년 경력에 겨우 4년 전 연방 상원에 진출한 풋내기가 과연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흥미진진합니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 연휴에 수많은 도회 사람들이 정든 고향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선 적지 않은 수의 이방인 며느리들이 서툰 솜씨로 차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고수머리 2세들도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도 본격적인 다인종 사회, 다민족 시대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와 사회 변화에 걸맞은 문화의식을 길러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기자수첩 ]논산시 추락하는덴 날개가 있었다. 시장[市長]과 선량[選良]의 불화 끝내야 한다 .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원구성도  끝났다, 각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소속한 정당의  같고 다름과는 상관없이  지역구 안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출신지역구의 내년도  사업예산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로비전에  들어간지  오래다. 여늬  지역구  국...
  2. 임연만 사무국장 올해 충남 장애인 체전 중위권 진입에 전력투구 [全力投球]! 지난  6월 1일자로 논산시  장애인체육회 [회장  백성현 논산시장 ]  사무국장으로  전격 발탁된  임연만  [66]사무국장 ,  더  젊었던  시절부터  활발한  체육분야  활동을 통해  체육행정 및  현장 분위기를  익혀온  터여서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충남도&nbs...
  3.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눈길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미래세대와 참전유공자 교감의 장 마련 - 논산시(시장 백성현)는 25일 오후 논산대건고등학교 대강당(마리아홀)에서 6.25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제74주년 6.25 전쟁 기념식과 선양행사...
  4. 논산시 7월 1일자 2024년 하반기 정기인사 – 전보 등) 논산시 인사발령 (2024년 하반기 정기인사 – 전보 등) 7月 1日자◇전보(4급)△농산경제국장 김영민(승진) △건설미래국장 김봉순(승진) △보건소장 김배현(승진) ◇전보(5급)△ 홍보협력실장 김병호 △자치행정과장 김영기 △안전총괄과장 김무중 △100세행복과장 성은미 △회계과장 엄해경 △민원과장 성경옥(승진) △농촌활력과장 허영...
  5. "참전 용사 용기·헌신에 감사"…전국서 6·25전쟁 기념행사 "참전 용사 용기·헌신에 감사"…전국서 6·25전쟁 기념행사지자체, 국가유공자 참석 기념식…숨은 전쟁 영웅들 소개(전국종합=연합뉴스) 6·25전쟁 74주년인 25일 전국 곳곳에서 참전 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기념행사에는 그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유공자들의 숨은 공적을 알리며 역사적 교훈...
  6. 논산시의회 서원 의장, 제9대 후반기 원구성 선거 결과에 강력 유감 표명,,김종욱 , 조용훈 , 민병춘 출당 요구 논산시의회 서원 의장, 제9대 후반기 원구성 선거 결과에 강력 유감 표명  논산시의회 서원 의장은 28일 제256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제9대 논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및 부의장,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거 결과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서원 의장 및 서승필 의원, 조배식 의원, 윤금숙 의원은 “제9대 논산시의...
  7. '홈리스 월드컵 챌린지' 손흥민 "희망의 패스를 '홈리스 월드컵 챌린지' 손흥민 "희망의 패스를 (서울=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홈리스 월드컵을 알리는 '패스포홈'(Pass for Home) 챌린지 주자로 나섰다. 서울 2024 홈리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오는 9월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에 앞서 대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패스포홈 챌린지를 시작한다고 28일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