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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승리를 도운 사람들의 무용담이 끝을 모릅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는 자리만 3,000여 개에, 직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4만여 개라고 하지요. 꼬리를 물고 줄 설만 합니다. 4월9일의 총선도 공천=당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신임자는 전임자의 인사 실패에서 교훈을 터득하지 못한다면 값비싼 수업료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옵니다.
사람들은 낯가림 때문인지, 모르는 사람과 일하기를 꺼려하여 아는 범위 내에서 충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성향이 유망 기업과 낙후 기업, 선진국과 후진국의 성장과 쇠퇴를 가르는 분수령일지 모릅니다. 간혹 중소기업을 보면 돈만 생기면 부동산을 사재고 부인에게 초호화 외제 승용차를 사주는 사주들이 있습니다. 그 아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미국 지사장으로 나가 있죠.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울타리를 친 가족경영이 잘 나갈지 모를 일입니다.
글로벌 기업 소니의 창업자 고(故) 모리타 아키오(盛田昭夫) 씨는 저서에서 워크맨이라는 전설적인 브랜드명을 딸의 제안으로 채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소니의 최고경영자(CEO)인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은 영국인입니다. 모리타 씨의 아들은 비록 거액을 상속했지만 방계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딸은 소니에서 근무한다는 소리조차 못 들었습니다. 능력대로 가는 사회가 경쟁력을 강화합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장수 기업들이 각 업종에 즐비한 듯 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지연 학연 혈연, 이 3연(緣)의 패거리들이 나라를 좀먹습니다. 지역감정은 지연에서 발생하고, 편법상속으로 대를 이어 해먹는 기업은 혈연에서 비롯되며, 걸핏하면 동문을 중용하는 것은 학연 때문이죠. 이런 근친교배로 조직은 열성(劣性)이 된 탓에 정당은 경쟁력을 잃어 간판 바꿔 달기에 정신없었고, 기업은 매수합병 되어 왕년의 10대 재벌기업들마저 자주 물안개처럼 사라졌습니다.
이제 곧 이명박 정부의 각료인선을 앞두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천 타천으로 거명될 것입니다. 당선자와의 친소관계도 무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관직은 대선 승리 포상의 자리가 아닙니다. 이 사람은 한 1년만 시키고 그 다음엔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지…. 그렇게 할 자리도 결코 아닙니다. 장관은 1회용이 아니며 사건이 터진다고 꼭 갈아야할 자리도 아닙니다.
물론 모자라는 인간들은 군침을 흘리고 출중한 사람들은 고사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인재의 풀이 좁다고 탄식할게 아니라 인재의 바다에서 십고초려해서라도 발탁해야합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 때 순국한 장관들은 모두 국무총리 감이었다는 한탄이 나오지 않는가요. 당시엔 연감을 동원할 정도로 폭넓게 충원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의 갈림길에 서 있죠. 참신하고 늘 활기에 찬 인물로 채워 다시 잘 해보자는 기운이 충천해야합니다. 국민들은 집권자로부터 섬김을 받기 위해 정치 소비자로서 가장 탁월한 멤버들의 최상급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축구에만 베스트 일레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정운영에도 국가대표선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독일의 테오 바이겔, 프랑스의 롤랑 뒤마,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등 우리는 외국의 장수 장관들을 보아왔습니다. 물론 김영삼 정권 때 오인환 공보장관은 5년 임기를 함께 했습니다. 필자는 에이 매치에서 종료 휘슬이 들릴 때까지 전력 질주하듯, 임기 끝까지 뛴다는 각오를 가진 정부의 베스트 멤버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