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상에서의 유화제 살포 중단하고 어선 동원 직접 걷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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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사고로 인한 기름띠가 안면도를 넘어 서천군 충장대 해안가까지 확산, 일대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15일 아침 서천군 해안지역을 조사 중인 여길욱씨(충남환경운동연합)는 “원유가 오일볼 형태로 충남 서천 충장대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어제부터 강한 바람을 타고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환경운동연합 태안상황실에 알려왔다. 환경운동연합은 유조선 기름유출사고 발생 9일째인 12월15일 토요일 오전 8시부터 2시간여 동안 안면도 서쪽 해안가 일대의 오염실태를 조사했다.
십여개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안면도 서쪽 해안가 해수욕장에는 이름 아침부터 주민들이 나와 기름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사단이 찾은 꽃지해수욕장과 방포해수욕장 일대에는 수십여명(꽂지)에서 수백여명(방포)의 주민들이 아침 7시경부터 나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오일볼(물렁한 상태)과 타르볼(딱딱한 상태)들이 수없이 밀려와 있었다. 작은 것은 콩알만한 것에서부터 큰 것은 야구공만한 크기로 다양했다. 바닷물 속에서는 둥근 형태로 있다가 썰물 때 해안가로 옮겨지면서 납작하게 퍼져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타르볼의 경우에는 찌그러졌어도 돌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 이게 웬일이래유 글쎄, 난리났시유” 라며 한탄을 뱉어냈다. 주민들은 나무젓가락으로 작은 오일볼들을 하나하나 주워내고 있었다. 원유 가운데 휘발성 물질은 날아가고 무거운 성분이 뭉쳐 생기는 오일볼은 오랫동안 바다 속을 굴러다니며 물고기나 해조류를 죽이고 플랑크톤을 오염시켜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주민들의 기름수거 작업을 지원하던 면사무소 직원은 환경단체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다가와 급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오일볼이 계속 밀려들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배를 타고 해상에 나갔더니 큰 기름띠들이 떠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헬기들과 방제선박들이 유화제를 뿌려대 기름이 흩어지고 확산되면서 오일볼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기름오염 확산을 막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 “오염을 확산시키는 유화제 살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대신 작은 어선들을 총동원하여 기름띠 형태로 있을 때 바다에서 직접 걷어내야 한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고 오일볼과 같은 추가적인 오염을 막는 길이다.”며 환경단체가 유화제문제로 적극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안면도 바닷가에 오일볼과 타르볼 형태의 기름조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사고발생 일주일째인 13일 목요일 오후부터. 안면도에 살고 있는 주민 채 모씨(60세, 안면읍 중장리 거주)는 “13일 밤 10시경 파출소로부터 첫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안면도에 기름오염이 시작되었구나 하고 모두들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채씨가 보여준 휴대전화의 메시지는 모두 3개. “원유유출이 안면도까지 유입되었으니 제거작업에 동참했으면 합니다-안면파출소”(13일 오후10시6분), “원유가 덩어리 되어 밀려왔으니 힘이 들지만 물이 빠졌을 때 덩어리 줍는데 다 같이 동참합시다-안면파출소”(14일 오전9시40분), “ 원유볼이 밀려왔으니 썰물 때 주워서 재앙을 막읍시다-안면파출소”(14일 오전11시 14분)
환경운동연합은 사고발생일의 첫 성명서에서 씨프린스 사고의 경험을 지적하면서 유화제 사용을 우려했고 12일에도 유화제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국은 오히려 사용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유화제 사용량은 11일 오후 10시까지 30t에서 12일 오후 8시에는 140t으로 급증하고 있다(언론보도).
14일부터는 소방헬기 등과 방제선박이 대거 투입되면서 유화제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장을 찾은 이후 해상방제가 대폭 강화되었는데 유화제 사용으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기름을 확산시키고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하는 ‘전시행정용 방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종현 박사(네오엔비즈 환경안전연구소)는 “ 유화제 때문에 기름들이 잘게 쪼개졌고 유화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름방물이 뭉쳐 오일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라고 오일볼 오염문제의 원인이 유화제의 부적절한 사용에 있음을 지적한다.
이 박사는 “ 유화제 사용은 사고발생 초기에 가장 효과가 좋고 기름이 흩어져 해안가나 유막이 얇아진 후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 유럽과 미국 등 방제선진국의 경험이며 방침입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장을 둘러보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예용씨(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는 “지금이라도 방제당국은 기름오염을 확산시키고 오일볼과 같은 추가오염을 발생시키면서 해양생태계에 중장기적 악영향을 주는 유화제를 마구 뿌려대는 남용을 중단해야 한다. 안면도 읍사무소 직원이 호소하듯 어선을 동원한 해상수거작업을 통해 추가오염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제활동을 실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출처: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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