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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불임은 인간의 불임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06 12: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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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우리는 농약대국의 오명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밀려오는 수입농산물에 맞서 유기농업에 희망을 걸어 보려고 했던 농심은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최근 충북 청원군 미원면 주민대표들이 나를 초청했습니다. 이미 청원군이 미원면에 18홀 골프장 착공 허가를 해 주어 그 동안의 치열했던 골프장 반대투쟁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자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라도 듣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미 실험은 시작됐습니다. 3년간 이곳에서 황새 서식지에 대한 연구는 지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어렵게 됐습니다.” 이 말에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고 마을 주민들의 표정은 이내 무거워졌습니다.

내가 소장인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6월 15일 미원면 화원리에서 미원면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황새 서식지 조성 시험방사식’을 했습니다. 그날 방사한 황새는 2001년에 태어난 암컷 새왕이와 이듬해 태어난 수컷 부활이로, 모두 러시아가 고향입니다.

우리나라 황새는 마지막 한 쌍이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2리 무술마을에 서식했는데, 1971년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이 숨졌습니다. 그 후 과부황새 혼자 무정란을 낳고 품으며 둥지를 지키다 1983년 농약에 중독된 먹이를 먹고 쓰러져 서울대공원에 옮겨졌으나 1994년에 숨졌습니다.

그 뒤 나는 황새복원 사업에 착수해 지금까지 알 또는 새끼로 들여온 황새를 번식시켜 개체수를 45마리로 늘렸습니다. 이번에 시험방사한 것은 그 중 두 마리입니다.

시험방사는 야생 복귀의 전 단계입니다. 6,600㎡에 조성된 인공서식지에 1.8m 높이의 펜스를 치고 황새가 날아오르지 못하게 왼쪽 날개 깃을 30㎝ 자른 뒤(날개는 1년 뒤 다시 자라남) 방사했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치지 않은 논, 둠벙 습지 어도(魚道)를 갖춘 인공서식지에는 미꾸라지 붕어 지렁이 등을 풀어 황새가 서식할 수 있게 했습니다.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앞으로 3년간 연구할 계획입니다.

나는 그날 주민들에게 황새를 방사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골프장이 조성되는 곳은 미원면 상류지점입니다. 이곳에 농약을 살포하면 미원면 60%의 논과 밭이 농약으로 오염됩니다. 주민들이 아무리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해도 토양이 오염되면 다른 생물을 아무리 살려 놓아도 황새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황새 복원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텃새로 살았던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의 주민들을 만나서부터였습니다. 그곳 주민들은 모두 반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선 농약을 뿌리지 않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데 반대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개발이 되지 않아 땅값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민 한 사람의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교수님! 우리는 황새가 이곳에 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교수님은 돈이 많으시니까, 땅을 사서 그곳에 가서 하십시오.” 거의 빈정대는 말투였습니다. 11년이 지난 후 그곳은 지금 너무 많이 변해 버렸습니다. 군부대와 공장이 들어섰고, 논과 밭이 모두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2의 황새 복원지라고 찾은 곳이 충북 청원군 미원면이었습니다. 이곳도 처음에는 음성군과 같이 주민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2년 반 동안 무려 30여 차례나 주민들과의 끈질긴 대화를 통해 황새 복원 찬성을 이끌어냈지만, 끝내 골프장이라는 복병을 만나게 됐습니다.

2006년도 우리나라의 골프장 수는 251곳, 5년 전에 비해 65%나 증가한 숫자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0년까지 415개의 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이 골프장 조성 붐이 일어났다가 1990년 중반에 결국 200여 곳의 골프장이 파산했습니다.

골프장이 얼마나 경제를 살리는 사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촌을 피폐케 하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리 농촌은 지금 FTA로 인해 살 길은 유기농산물 생산뿐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운영할 수 없는 골프장은 이런 농심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통해 소비하는 농약과 골프장에서 소비하는 농약이 있지만, 전체 골프장의 농약 사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네마다 유기농산물 판매소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농산물, 농민은 농약을 쓰지 않아 유기농산물일 수 있지만, 농촌의 산을 깎아 만든 골프장에서 방류하는 농약은 어디로 갈까요? 나는 우리나라의 농약 사용량이 캐나다의 21.3배, 뉴질랜드의 12.8배, 미국의 5.5배, 일본의 3배라고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농약대국이라고 부르죠.

우리는 지금 유기농산물만 골라 사 먹는다 해도 매일 농약에 오염된 농산물을 먹고 산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이것을 먹으면 금방 우리 몸에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출되면 우리 몸에서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게 됩니다.

한국의 불임실태를 볼까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인데, 2002년에 비해 올해 젊은 사람들의 불임률이 50%나 증가했습니다. 7~8쌍당 1쌍 꼴로 불임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의 정자 운동성도 5년 전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는 보도를 보니, 이제 여성들의 불임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모두 스트레스성이라고 하는데, 그게 주원인은 아닙니다.

우리 땅이 너무 죽었습니다. 죽은 땅에서 나온 농산물을 먹으면 우리 몸도 서서히 죽어갑니다. 죽어가는 원인도 모른 채 죽어갑니다. 그리고 불임이라는 번식이상의 징후가 오기 시작합니다. 바로 황새가 그렇게 살다가 불임이 되어 사라졌던 것입니다.

박시룡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교 이학박사.
현재 한국교원대 교수ㆍ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대표 저서「동물행동학의 이해」, 「과부황새 이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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