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해와 배려에 대한 에피소드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02 19:09:21

기사수정
 
# 비행기 안에서.

고도 3500 피트, 도착지까지 거리 50마일, 도착 예정 시간 등의 비행정보가 모니터를 통해 반복되는 사이, 이제 곧 착륙하겠구나 짐작하면서 슬며시 눈을 감았습니다.
안락한 분위기를 애써 음미하며 창 밖으로 눈을 돌리다가 솜털로 깔아 놓은 이부자리 같은
운해(雲海)의 물결에 몸을 풀고 싶은 나의 유혹을 외면하고 비행기는 점차 고도를 낮춰갑니다.

이윽고 ‘쿵-끼이익’ 하는 마찰음이 덜컹거리는 출렁임으로 온 몸에 전달되면서 착지의
안도를 인지한 때문인지 기내는 고요하기만 한 순간이었습니다.

“야, 기장 xx놈, 겁주냐 ”하는 걸쭉한 막말에 이어 “여기 책임자 누구야! 나와 봐 xxx ”
잇따라 욕지거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기내 분위기가 소란해졌지만 스튜어디스는 당혹한 나머지 미안하다는 말 몇 마디만
할 뿐 이렇다할 답변은 피하고 상대가 안 된다는 듯 음전한 모습만을 하고 있었습니다.


# 주차장 톨게이트에서.

주차장에서 빠져 나가려고 톨게이트를 통과 하는 진입로에 차량이 진을 쳤습니다.
줄잡아 약 30대는 대기하고 있기에 무슨 불상사 때문인가 궁금해 차단기 주변을 살폈더니
주차료 징수원과 운전자 사이에 주차료 550원을 놓고 큰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운전자는 톨게이트에 자동차가 밀려 대기하는 시간 때문에 발생한 추가분 150원은 낼 수 없다는 주장이고, 징수원은 일단 톨게이트에서 확인하는 시간을 기준해야 하기 때문에 주차료를 내지 않고는 차단기를 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고성이 오가고, 육두문자가 거침없이 튀어 나왔습니다. 마침내는 “차량이 밀릴 것에 대비해서는 톨게이트를 하나 더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주차료 더 징수 하려고 일부러 출구를 한 군데만 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삿대질까지 해대자 징수원은 더 답변을 피하고 말았습니다.


# 종합병원 로비에서.

퇴근하고 친지와 문병을 약속한 병원 로비로 들어서다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아해서 둘러보았더니 신관을 증축하고 구관을 보수하느라고 공사판을 벌이는 주변에
환자 보호자인 듯한 사람과 병원 관계자가 멱살잡이를 하는 바람에 철거중인 건축 자재와 폐기물들이 사방으로 널려지고 사람들이 구경하느라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병원이 사람 살리는 데지 사람 잡는 데냐. 왜 지랄같이 공사판을 벌여 놓고 환자 출입을
불편하게 하는 거냐“ 라는 게 멱살잡이의 주제였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얌전하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병실 이용 안내문까지 부착 해 놨지만
보호자 입장에서는 막무가내라는 것입니다.

30여분 간의 문병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도 실랑이는 계속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저녁 늦은 시간이면 숙연 해지는 병원 내부는 온통 수선스러웠고 다른 환자와 가족들까지도
볼모가 돼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며칠간에 눈으로 보았던 일들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막말을 한 사람, 주차료 문제로 긴 시간 실랑이를 한 사람, 병원에서
멱살잡이로 아수라장을 만든 사람, 이들이 벌인 번잡에 속을 끓였던 사람들의 심중이 안쓰럽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도처에서 목도한 몇 가지 사례들로 그들만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같은 조그마한 에피소드의 발생이 순전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소치가 아닐까, 말없는 다수 혹은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메마른 탓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대중이 공통으로 인지하는 사회적 몰가치에 너무 쉽게 편승 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소심한 감정을 감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매우 보편적인 상황에서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자신의
불편한 심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의 조그만 손해도 용납할 수 없다는 족쇄를 벗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불편은 없는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양수 : 현재 JIBS(제주방송)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78년 KBS에 입사한 후 보도본부 문화부차장, 제주총국 보도국장, 제작 부주간, 시사보도팀장을 역임했다.1990년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바람도 휴식이 그리울 것이다’ 등 4권의 시집을 냈고 국제펜클럽 회원이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계룡시(시장 이응우)는 지난 18일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공연을 성료했다. 이번 공연은 궁중예술에서 민간예술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작품 공연을 통해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는 평을 받았다. ...
  2.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논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지난 10일 중부지방 폭우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가 복구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논산시는 12일 각 읍면동 사무소를 중심으로 호우 피해 조사를 실시하면서,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시는 이날 육...
  3.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이집트 영공으로 우회해 지중해 방면서 저고도로 진입한 듯(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의 심장부 텔아비브를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가 2천㎞ 넘는 거리를 날아와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
  4. 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 농림축산식품부에“상습침수구역 농업생산기반시설 개선 및 확충 지원”요청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강형섭 기획조정실장에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내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
  5.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시장 백성현)가 국방군수산업도시 조성 등 민선8기 핵심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충청남도의 ‘제2단계 제2기 지역균형발전사업 공모’에서 3개 사업이 선정되어 총 사업비 600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3개 사업은 도 제안사업...
  6. 기고"]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하면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선거에 의한 정치 권력의 교체가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그 말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사실 많이 왜곡하여 사용하여 있고 민주적이지 못한 .
  7. " 다산논어"다산 정약용 선생이 논어를 번역하다, 『다산 논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3년 완성한 『논어고금주』에 바탕하여 『논어』를 번역, 해설한 것이다. 『논어고금주』는 『논어』에 대한 다산의 주석서로 『논어』를 공자의 원의에 맞게 읽는다는 기획으로 집필되었다. 그 이름이 『논어고금주』인 것은 다산이 이 주석서에서 『논어』의 고주와 금주를 망라하여 좋은 견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