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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1부[캐나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09-01 11:5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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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이라는 1950년대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의 여주인공은 카페에서 노래하는 직업 가수입니다. 특히 이 노래에서 노 리턴, 노 리턴, 반복되는 백 사운드와 함께 낮은 음성으로 불리우는 구절이 좋았습니다. 이 주인공은 섹시한 몸매와 백치미 같은 매력으로, 세계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던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입니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제목이 시적이었고 노래의 가사와 음률이 좋았습니다. 영화에서 배경으로 깔리는 자연이 캐나다의 제 1 국립공원인 밴프(Banff)와 재스퍼 (Jasper)였던 것은 훗날 알게 됩니다. 강을 좋아하는 이유로 국립공원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 영화에서 보여 주던 강이었습니다.

노래와 잘 아우러지던 돌아오지 않는 강은 어딘가, 그 강을 찾아가고자 캘거리 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Bow Lake ) 보우레이크

캘거리에서 북서쪽으로 향하면 국도 옆으로 흐르는 강이 계속됩니다. 이 강은 만년설이 녹아내려 옥색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어, 스카이 블루의 하늘과 빙설 같은 구름이 대조를 이루며 밴프까지 가는 길을 즐겁게 합니다. 이 강이 “돌아오지 않는 강”인 보우 강(Bow river)입니다. 우람한 성벽같은 크로푸트 산의 빙하(Crowfoot Glacier)가 녹아 흘러 보우호수(bow lake)를 이루고 거기서 발원한 물은 흘러서 밴프타운과 런들(Rundle) 산 계곡을 지나 앨버타 대평원을 흘러 내려 캘거리에서 멎습니다.
 
Bow River (보우강 과 커누 )

보우강이 흘러 돌아가는 계곡이 보이는 곳에 여장을 풀자마자 해질녘의 빛을 받아 잔잔히 반짝이는 보우 강을 따라 걸었습니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Scherzo No.1피아노곡 음률에 몸을 실어봅니다. 마치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걸어가는 뒤를 따르듯, 이름 모를 풀잎들이 살랑거리는 작은 길을, 신선한 바람, 하늘, 구름, 시간이란 개념을 잊어버리고 자연과 슈베르트에 취하여 걷습니다. 어디선가 카누를 저어오는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에코를 울리며 하늘로 퍼져갑니다. 슈베르트의 Musical Moments로 넘어갑니다.

그들의 청아하기만 한 웃음과 슈베르트는 한 쌍의 강물에 떠 있는 물새처럼 평화롭습니다. 강 옆 오솔길에서 갓 결혼한 신랑 신부가 턱시도와 하얀 신부복을 입고 행복한 미소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어 나도 사진 한 컷을 눌러 봅니다. 도시에서 실고 온 찌든 마음의 때를 모두 벗어던져 버립니다. 캔들 라이트를 키고 발코니에 앉아 한 잔의 와인과 함께 별이 쏟아지는 대 자연의 밤을 향연 합니다. 그리고 내일의 여정을 준비하며 꿈 속으로 떠났습니다.
 
Lake Luise (레이크 루이즈 측면 )

보우강을 따라 밴프에서 재스퍼 국립공원까지 5시간을 북상하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Icefield Parkway)는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의 극치미를 보여줍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비하고 웅대한 자연, 재스퍼까지 3천 미터 높이가 되는 빙하에 싸인 높고 거대한 바위산들, 절경을 끼고 있는 호수들, 협곡, 숲, 강, 폭포, 초원(Meadow), 오솔길이 끝없이 펼쳐지는 파노라마, 만년설이 쌓여 빙하시대의 자취를 보여주는 컬럼비아 대빙원(Columbia Icefield) 등 국립공원의 골든 루트로 자연의 천국을 이룹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프랑스 로잔까지 운행하는 알프스 특별 관광열차 골든 패스도 대단히 아름답지만 이곳 로키만큼 자연의 모든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곳은 없을 것입니다. 신은 여기에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모든 것을 창조해 놓고 이보다 더 아름다움은 없다는 것을, 그 이상의 미는 헛된 꿈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Lake Luise ( 레이크 루이즈 정면 )

아침에 감상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루이즈 호수(Lake Luise)를 향하여 아침길을 떠났습니다. 호수 루이즈는 빅토리아 여왕 딸의 이름으로 명명될 만큼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언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합니다. 설중매의 고고한 자태이거나 어딘가 우주의 화성 같은 곳에서 막 떨어져 내렸거나, 아니면 천상의 왕녀가 하프를 타는 모습입니다.^그 모습에 숨이 막힐 것 같아 벤치에 앉아 넋을 잃습니다. 일어설 수가 없어집니다. 그러나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떠나야 합니다.
 
Moraine Lake (모레인 레이크 )

루이즈 호수 옆 산 너머에 있는 모레인 레이크로 달립니다. 하얀 빙하로 덮인 열개의 봉우리(Ten Peaks)로 둘러싸인 모레인 호수는 루이즈에 비하여 남성적입니다 . 거대하면서도 섬세한 이 호수는 마치 믿음직하고 푸근한 남성의 가슴 같은 느낌을 줍니다. 루이즈 호수보다는 더욱 정감이 가는 호수입니다. 다음에 이곳 가까이 살아 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해 줍니다. 루이즈와 모레인 호수에 미련을 남기며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립니다.
 
Athabasca Falls ( 에써배스카 폭포 )

손에 잡힐 듯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하늘은 티 없이 맑아 마음도 물 흐르듯이 고요함을 찾아갑니다. 잠깐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서 빠져 요호국립공원의 에메럴드 호수를 찾아갑니다. 에메럴드 호수는 에메럴드 보석 같은 진청록색의 물감을 풀어 헤친 모습으로 잔잔하고 아늑하여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시 돌아와야지, 그리고 여기서 쉬어야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호숫가 노란 패러솔 밑에 앉아서 프란츠 리스트의 약간 슬프기도 하지만 아늑하고 감미로운 consolation을 들어봅니다. 그리고 한 잔의 티오레를 마시며 평화와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사진:에메럴드 레이크 아이스필드 국도 상에서 달립니다.
 
Peyto Lake (페이토 레이크 )

재스퍼를 향하여 가는 길목에 페이토 호수가 나타납니다. 신은 어떤 위력을 가지고 계셔서 이러한 호수를, 이러한 색상의 물빛을 만들었나 신음이 흘러나옵니다. 터코이스 블루의 이 수려한 호수는 누구와도 경쟁을 불허하듯이 아주 조용히 안으로 숨어 있어, 그리던 임을 만지지도 못하고 수줍은 듯 멀리서만 바라보듯 황홀하게 서 있습니다. 어쩌면 한번 푹 빠져버리고 싶은 페이토 호수의 유혹을 떨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다시 돌려 밴프로 돌아옵니다.

그 길목에서 미네완카 호수에 들러 쉬고자 내렸습니다. 연초록의 물빛이 우리를 감싸고, 보는 아름다움에 지친 눈을 휴식으로 이끌어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고요한 호수, 쉼터였습니다. 비로소 벤치에 누워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잠깐의 오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Maligne Lake (멀린 레이크)

재스퍼 국립공원의 작은도시 재스퍼는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작은 기차역과마을이 아주 소박합니다. 마치 100년 전의 서부 시대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내일의 기대로 마음을 설레며 이곳에서 일박을 하여야만 합니다. 재스퍼 타운에서 남쪽으로 달려가면 캐나다 달력사진에 인기 1순위로 등장하는 말린 레이크가 성처녀처럼 숨어 있습니다.

보트 크루스로 이 호수의 하이라이트인 스피리트 아일랜드(Spirit Island )로 향합니다. 호수 끝, 깊은 안쪽으로 숨어 있는 스피리트 아일랜드는 주위를 둘러싼 숲과산, 청자색 물빛으로 신비로운 천상의 얼굴 같은 모습을 보여 줍니다. 마치 우리를 태고적 어느 시대로 인도하는, 지고지순함에 젖게 합니다. 인간의 힘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호수였습니다.

그 아일랜드에 발을 딛기가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람의 의지로 절대 더럽혀서는 안될 신성불가침의 아름다움을 깨우치게 해주는 호수였습니다. 사진으로 보여 준다는 것은 이 스피리트 아일랜드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Mt. Fryatt, Mt. Cristie ( 프라이애트 산, 크리스티 산)

정작 이 여행(밴프와 재스퍼 왕복)의 하이라이트는 재스퍼에서 밴프로 돌아가는 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웅대한 산과 산이 오버랩되어 한없이 뻗은 길, 크리스티(Christie)산과 프라이애트(Fryatt)산, 브루셀 피크(Brussel Peak)의 협곡이 보여주는 로키산의 절경, 석회암이 침식되어 이루어진 모래사장, 자갈길, 드문드문 죽어 쓰러진 흑회색 나무둥치와 어우러진 침엽수들, 이름없는 야생목과 야트막한 풀들이 지천으로 흔들리는 벌판과 땅,하늘은 푸르기만 하고 구름은 명주솜처럼 잡힐듯이 낮게 떠 있고, 석회암이 녹아 내려 탁한 유백색의 물빛으로 천천히 흐르는, 약간은 황량하기도 한 강, 강물이 바람에 흔들려 쓰러지는 침엽수들 사이로 흐릅니다.
갑자기 먹먹해집니다. 천년도 넘게 잠겨 있는 고요함에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어디선가 독수리 한 마리가 휙하고 높이 비상하며 날아갑니다. 황량한 정경에 둘러싸여 내려앉았던 가슴이 비로소 하늘 위로 따라 오릅니다.


Athabasca Riverside (에써베스카 강변)

푸석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이제 모차르트의 혼 콘체르토를 들어야겠습니다. 혼콘체르토는 전 악장 모두 끝날 때까지 후안 미로의 그림 앞에 서 있는 듯 합니다 .. 따뜻하고 유머가 있고, 채도가 높은 밝은 색상을 쓴 미로의 그림은 이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것 같습니다. 3악장부터 듣기 시작합니다. 혼의 따뜻하면서도 울림이 깊은 음과 현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밝은 하늘 같은 음악이 자연과 절묘하게 아우러집니다. 마음이 다시 따뜻하게 밝아집니다.

여기 모차르트와 함께, 이 거대함과 황량함이 서로 부대끼며 흘러가는 이곳이, 아름다운왕녀같은 그녀 루이즈 호수, 성처녀같은 스피리트 아일이랜드, 아니 또 페이토, 모레인 호수와 견줄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태어나고 자란 내 나라, 강원도 오지 정선의 아우라지 같습니다. 오대산 줄기와 태백산줄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아우라진다 하여 생긴 이름, 처연하고 거친산봉우리를 따라 흐르는 외로운 강, 아우라지. 신발을 벗어 던져버립니다. 풍화에 흩어져 내린 석회암의 모래밭,강을 따라 걷습니다. 썩어 내린 나무 등걸에 앉아 봅니다. 아우라지의 강물 같은 회백색 물 속으로 발을 딛으니 태백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태백이 다시 오라는 함성입니다. 태백의 기억을 좇아갑니다. 그곳으로 다시 가야 하겠습니다.

이 사진은 캐나다 밴프,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찰영한 것입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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