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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양극화 본질 못 보고 있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08-27 05: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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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문제로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양극화 해소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그 진단과 처방은 대체로 틀렸다. 양극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에는 시장이 만든 격차(양극화)와 불합리한 법과 제도 혹은 후진적인 동기부여 체계가 만든 격차(양극화)가 있다. 시장이 만든 격차는 빼어난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이 줄서는 식당과 후진 품질과 서비스로 파리 날리는 식당의 격차이거나,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의 격차와 같은 것이기에 쉽게 교정할 수 없는 격차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 안전망과 패자부활전을 잘 조직해서 완충할 문제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법과 제도가 만든 격차는 사회 안전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게임규칙의 합리화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와 달리 지금 한국은 소비자 선택권이나 시장 경쟁의 파도를 차단하는 성 안 사람이냐 성 밖 사람이냐에 따라 부와 권력이 천양지차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정규 교수의 권리와 혜택이 너무 크면, 시간 강사의 그것은 너무 적기 마련이다. 힘있는 정규직 조직노동이 성과와 직무에 기초한 보수체계를 거부하면 고용 자체가 위축되거나 비정규직이 양산될 수밖에 없고, 이들에게는 너무 철저한 시장원리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짧은 시간에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을 거둔 한국에서 반기업, 반시장 정서가 상당한 수준으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성 밖 사람들에게 모든 모순(글로벌 경쟁과 중국의 약진이 초래한 구조 조정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 일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양극화 문제가 최고 최대의 현안으로 부상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파도와 불합리한 법과 제도의 파도가 거의 성 밖 사람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일 것이다.

성 안 사람과 성 밖 사람의 권리와 혜택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은 시절에는 성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성안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능력과 노력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능력과 노력만으로는 들어가기가 힘들어진 곳이 적지 않다. 단적으로 완성차 조립라인에서 비정규직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길은 없다.

가만히 보면 한국의 게임 규칙은 원하는 것을 막 집어 먹을 수 있는 ‘조커(Joker)’가 많이 들어간 카드 게임 규칙과 같다. 그런데 이 ‘조커’는 진짜 카드 놀이처럼 공정하게 배분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조커’는 양반 신분이나 미군정이나 이승만 정부와의 연고였다. 박정희 정부 하에서는 수출기업, 방위산업, 기간산업과 토목, 건설 같은 인프라 산업과 교수,의사 같은 전통 전문직종이었다. 물론 이 ‘조커’들은 한 때는 경제,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평가된다. 1987년과 1997년 이후에는 공무원, 교사, 공기업/대기업 정규직 노조원 등이 ‘新 조커’가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강력한 ‘조커’는 도심 요지의 부동산이다. 이 강력한 ‘조커’는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난 폐악을 초래하는 바람에 명실공히 ‘공공의 적’으로 되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심각한, ‘유효성을 상실한 조커’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문제시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신 ‘조커’의 대표격인 공기업/대기업 정규직 노조원이라는 ‘조커’는 민주화의 성과로서, 한때는 경제,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닐 것이다. 이는 성과와 직무에 기초한 공평 임금체계를 억압하여 정규직 사용을 꺼리게 하고, 중소기업을 인재의 정거장으로 만들고, 후진적인 금융시스템과 결합하여 사업 확장 의욕을 위축시키고, 끝내 수백만의 실업, 반실업자를 양산하는 등의 폐악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주로 필답 시험이나 학위로 배부되는 공무원과 자격증(전문직)이라는 ‘조커’는 대학교육을 피폐화시키고, 산업분야의 국제경쟁을 선도할 빼어난 청년 인재를 시험 준비의 늪에서 헤매게 하고, 청년 인재들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정신과 기업가적인 기풍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사람의 사회적 공헌과 기여에 상관없이, 어디에 소속되느냐 혹은 어떤 자격증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한마디로 어떤 ‘조커’를 쥐느냐에 따라 엄청난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회는 일종의 계급사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계급 사회로는 성장과 통합을 이룰 수 없다.

지금 한국은 ‘조커’의 공정한 배분도 필요하지만, 훨씬 더 절실한 것은 더 이상 경제,사회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각종 ‘조커’의 과도한 특권과 특혜를 조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힘있는 존재들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의 적정성을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선진국의 동일 직능이 누리는 권리와 혜택과 비교하는 것이다.

왜 대학이 공무원 시험과 고시 열풍에 휩싸여 있는가? 왜 사교육 열풍과 해외 유학 열풍이이토록 거센가? 왜 학력 위조 사태가 벌어지는가? 왜 이공계 박사의 70%가 생산성이 낮은 대학에 몰려 있는가? 왜 대학과 초.중등 교육이 (교육과 전문 지식)소비자 니즈에 이렇듯 둔감한가? 왜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유독 낮고, 지식사회는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미와 혼돈에 대해 제대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가? 왜 비정규직 문제로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영세 자영업이 과잉이고, 청년실업자와 불완전 고용 인력이 넘치는가? 왜 반시장, 반개방의 시대착오적 정서가 넘치는가? 왜 이토록 정치가 무능하고 저열한가?

이는 본질적으로 성 입구에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일단 성문만 통과하고 나면 경쟁의 무풍지대이기 때문이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 아래서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일단 올라가기만 하면, 그래서 ‘조커’를 쥐기만 하면 별 경쟁 없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패자부활전이 원활하지 않고, 신분 상승과 하강의 사다리가 다양하지 않고, 시험이 아닌 실력을 통한 신분 상승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경쟁의 기회 및 방식과 그 결과 주어지는 상과 벌이 합리적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정치의 지독한 후진성도 선거의 공정성(공명성) 문제에서 발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책임정치와 정당 정치를 뭉개버린 5년 단임 대통령제와 특정 지역의 정치적 독과점을 보장하여 무능 정치와 잡탕 정당을 구조화 시킨 소선거구제-단순다수 득표제에서 발원한다고 보아야 한다. 사법부의 문제도 사법시험 제도의 공정성이나 법조인 교육.훈련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재민의 원칙에 어긋난(사법엘리트의 독점을 보장한) 법관 임용∙인사 제도와 재판 방식의 문제가 핵심이라고 보아야 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공동체와 체제의 내적 붕괴는 한때 사회 발전을 선도하여 기득권을 거머쥔 세력(과거는 왕족,귀족,호족,양반…)의 부당한 특권과 특혜 개혁의 실패로부터 왔다. 다시말해서 사회적 동기부여/상벌 체계(Social incentive-penalty system)의 왜곡으로 인한 생산력의 정체와 사회 갈등의 격화로 인해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반란과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가 정체, 해체되는 것은 왕족, 귀족, 호족, 양반 등 기득권층이 자신이 오랫동안 누려오던 권리와 혜택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조커’를 쥔 존재들이 자신들이 누리는 권리와 혜택에 대한 생각이 과거 양반들과 얼마나 다를까? 비정규직 철폐를 이 시대 지성과 양심의 발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정규직 조직노동이 누리는 과도한 권리와 혜택을 문제시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과거 양반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한국의 심각한 사회 양극화와 갈등과 균열, 그리고 기업가 정신의 위축과 엄청난 자원낭비와 저성장의 뿌리에는 사회적 동기부여(상벌) 체계의 왜곡이 자리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힘있는 존재들이 자신의 기여,부담,의무,위험에 비해 너무 많은 권리,이익,혜택을 누리려는 도적떼적 의식과 행태가 자리하고 있다. ‘조커’를 쥐기만 하면 평생 별 경쟁없이 부귀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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