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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락[一日一樂]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08-09 17: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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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던진 말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즐기라는 뜻이지요. 훌륭한 격언인데 도대체 나에게는 막막한 울림으로 귓전을 윙윙거리기만 하네요. 놀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무엇을 하고 놀아야할지를 생각해보면 머릿속이 우왕좌왕 번잡하기만 하고 또렷한 대안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이러한 병증은 꼭 나만의 증상은 아니더군요. 친구들에게 우리 뭐하고 놀까, 라고 물으면 모두 “글쎄. 뭐하고 놀지?”라는 말만 메아리처럼 돌아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지금을 즐긴다는 것은 휴가 때 바닷가에 놀러가는 일과는 다릅니다. 하루하루를 지속적으로 즐기는 자기만의 특별한 방식과 철학이 없다면 논다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일이지요.

황인숙 시인의 『일일일락(一日一樂)』을 읽으면서 어떻게 삶을 즐겁고 의미 있게 누려가야 할지에 대해 이모저모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황인숙의 책은 제목부터가 매력적입니다. 일일일락(一日一樂)이라. 하루에 한 가지씩 즐거운 일을 만들어가자는 제안인 듯하여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논다는 생각도 없이 일상의 면면을 아주 잘 놀고 있는 시인 특유의 독특한 생활방식이 차곡차곡 잘 담겨 있더군요. “밑도 끝도 없고 싱겁고 허무한 얘기를(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말이면 다 한다는 배짱으로 편히 했다(그렇게 쓰는 게 때로는 얼마나 즐겁다고!). 말이라 하니 들어줄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책머리 글부터가 예사롭지 않더니 본론으로 들어가서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인생이 밑도 끝도 없이 재미있어지니 읽는 흥이 절로 납니다.

별것 아닌 일상을 일락(日樂)으로 만드는 비법은 바로 시인의 맑고 자명한 두 눈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기심 많고, 인정 가득한 두 눈으로 관찰하고 또 관찰해서 풀어내는 ‘황인숙표 일상’은 지겨움과 따분함으로 범벅된 우리들의 일상과는 현격한 차이를 느끼게 합니다. 고양이, 친구, 가족, 동네 사람들,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 책, 물건, 몸무게 등 지극히 일상적이고 잡다한 것들을 경쾌하고 재미있게 되살려내는 시인의 입담이 볼만합니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해서 싱겁고 헐거운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재미있되 나름의 품위를 담고 있습니다. 1만원 주고 들어간 찜질방에서 수영도 하고, 탕욕도 하고, 책도 보고, 매점에서 김밥도 사먹으면서 이 한가로움과 평화로움에 보들레르를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러합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잠적할 수 있고 쉴 수 있는 곳을 황인숙은 아주 가까운데서 마련합니다. 그리고 그곳을 천국으로 만들어 아주 유쾌하게 놉니다. 어느 기자가 “황인숙은 기품이 있는 여자다.”라고 한 것이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일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기술, 그것이 황인숙의 『일일일락(一日一樂)』이 가지는 지극한 매력입니다. 이 책에 실린 226편의 이야기로 올 여름을 즐겁게 놀아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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