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절 연휴 첫날 저녁녘 자전거를 타고 끌고 반야산에 올랐다.
아침 저녁으로 시간만 나면 오르는 산 숲이지만 비 온 뒤의 청신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임성규 전시장 재임 중 건립한 정상의 반야정 부근을 지나려는데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정자각 밑에 세상나이 90은 넘어 보이는 노쇠한 어르신 한분이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 계시고 남녀 아이 둘을 이끈 서른을 갓 넘겨 보이는 젊은 부부가 노인을 째려보며 나무라고 있다.
젊은 부인이 “ 할아버지 여기는 금연구역인데 담배를 피우면 어떡해요 ?” 잘못하신거 맞죠 ? 잘못했다고 하세요. 라고 닦달을 한다.
끝내 어르신의 사과라도 받아내야 하겠다는 기세다.
함께한 남편 이 듯한 젊은이는 팔짱을 낀 채 먼 산에 눈길을 주고 있다.
어르신은 양 무릎 사리로 고개를 묻고 미동도 하지 못하신다.
순간 울컥해지는 마음에 필자가 한마디 내뱉었다.“ 어이 젊은이 , 그냥 못 본체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 이 무슨 불경인가 ?
그 말을 들은 젊은 부인은 앙칼진 목소리로 필자에게 한마디 했다.
상관없으면 그냥가세요. 여기는 금연 구역이예요 . “ 참 별꼴이네 ”
그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의 시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말없이 할아버지를 부축해 산을 내려가시게 했다.
필자의 부축을 받은 할아버지 뭐라 한마디 하실 법 했지만 “ 에구 늙으면 그저 죽어야지 ” 혼잣소리를 하신다.
뭐라 대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젊은체 안간힘을 쓰는 필자의 나이도 살만큼 산 나이 70이다.
하산하는 갈랫길에서 할아버지를 배웅하고 길을 재촉하는데 문득 조선조의 문인 정철 선생이 남긴 시한구절이 떠오른다.
“ 이고 진 저 늙은이 짐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 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