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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폭염속 8월 여름날의 감옥방 더위 탈출기
  • 편집국
  • 등록 2021-08-06 11:45:21
  • 수정 2021-08-07 13: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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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대 박정희 정권 말기 박정희 대통령의 추종세력은 영구집권을 꾀한 총통제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민주화운동세력을 탄압했다.

재야인사이던 김대중 선생을 정신적 지주로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인사들은 속속 감옥으로 던져졌다.

당시 세상 나이 스물 아홉이던 필자는 " 민주헌정동지회 논산군 조직책" 이 돼서 지역내 민주세력을 규합하던 중 79년 이맘때 쯤 정치경찰들에 체포돼 김옥에 갇혔다.

찌는 여름 , 지금은 사라진 대전 중촌동의 대전교도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게 됐다. 그들이 덧씌운 죄명은 대통령긴급조치 9호 위반죄 였다.

당시 검경은 조사과정에서 민주화운동 대열에서 이탈하면 곧바로 석방을 약속 했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필자는 " 곱징역"이라는 독방에 수감됐다.

지은지 오래된 감옥방은 퀴퀴한 냄새며 변기통을 타고 올라오는 갖가지 해충이 득실거렸고 염천폭양의 더위는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고통스러웠다 하루에도 몆번씩 감옥벽에 머리를 찧고 죽고 싶다는 충동이 일렁였다.견디어 내야 한다는 다짐을 거듭했지만 절망적인 생각이 머리를 짓눌렀다.

그러나 오기가 났다. 비 신앙인이었음에도 교화용으로 주어진 성경책의 예수상 그리을 오려내 벽면에 붙이고 치약으로 이겨 십자가 고상을 그려 넣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 예수님 당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한 제 신념을 스스로 확신케 하시고 절망의 마음을 떨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
처음엔 몰랐으나 하루 이틀 거듭되는 기도가 십여일이 지나자 심경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 만일 내가 이 감옥에서 죽지않고 나간다면 새로 맞을 시간을 들을 위해 책을 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시 약혼한 상태에 있던 아내가 완행열차를 타고 오가면서 모은 돈으로 갖가지 책을 차입해 줬다.

해뜨는 새벽이면 담요를 개어 책상을 삼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교도관들도 정치범이란 이름으로 독방에 같힌 입장을 이해 하는 듯 책 읽는 시간을 방해 하지 않았다.

손에 쥔 책속의 내용들이 모두 머리 속에 남겨지지는 않아도 마음은 차분해졌고 맹자의 고자편에 나오는 한 구절은 평생을 두고 즐겨 되뇌이는 가르침으로 뇌리에 새겨졌다.

고 천장강대임어 시인야. 필선 고기심지 노기근골 아기체부 공핍기신 행불란기 소위소이동심인성 증익기소불능[ 故 天將降大任於是人也.必先 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行拂亂其 所爲所以 動心忍性,增益其所不能]
대강의 뜻은 하늘이 사람에게 뜻있는 일을 맡기려 하면 먼저 그 몸과 마음을 혼란스럽게하고 몸을 수고롭게 하고 굶주리게 하며 그몸을 궁핍케 한다 . 그로 하여 생각한 일마다 어긋나게 해서 되는일이 없도록 하므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헤쳐 나갈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느니라 로 해석 될수 있겠다.

하여튼 그 모진 여름 선풍기도 에어컨 바람도 기대할 수 없는 감옥에서의 생지옥같은 여름날을 독서 삼매경에 빠져 극복했던 경험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공자께서 죽간으로 된 책을 엮은 가죽줄이 세번이 끊어지도록 독서에 열중 했대서 나온 위편삼절 [韋編三絶]이나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전라도 강진 유배지에서 복숭아 뼈가 세번 뚫어 지도록 책읽기에 열중 했대서 생겨난 과골삼천 [踝骨三穿]의 고사가 큰 위안이 됐다.

그 때 일주일이 머다 않고 감옥을 오가며 감옥 뒷바라지를 했던 아내에게 간수를 시켜 비들기 [편지]를 날렸다.

' 우리가 약혼을 했다고는 하나 손목 한번 잡아본 일이 없소, 나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어쩌면 더 큰 불행을 당할수도 있겠소 , 희망이 없는 나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더좋은 선택을 하는것이 좋겠소 " 라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그럼에도 아내는 끝내 못난 남편의 곁을 지켰고 그해 겨울 김재규의 총탄에 박정희가 목숨을 잃으면서 긴급조치는 헤제됐다.

석방된 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로 인사를 갔던게 인연이 돼서 비서실에 합류하게됐고 80년 여름 지금은 사라진 삼보에식장에서 고인되신 김상현 전의원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괜한 이야기 였나 싶다. 책 잃기에 열중하다보면 더위도 피해 갔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굿모닝논산 대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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