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치, 책만 보는 바보라 불리웠던 조선시대 선비 이덕무와 그의 벗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지은이는 이덕무가 쓴 짧은 자서전 <간서치전>을 접한 후, 그 관심이 이덕무와 친하게 지낸 인물들과 시대에까지 이어져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너무나 가난하여 식구들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출신의 벽 때문에 높은 학식으로도 존경받을 수 없던 시절, 진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옛 선비들의 아름다운 우정과 삶이 펼쳐진다.
지금은 실학파로 우리에게 알려진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을 비롯하여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등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맹자를 팔아 밥을 먹고, 좌씨를 팔아 술을 마시며, 고된 생활 속에서 오로지 글과 벗의 힘으로 살아가던 고고한 삶을 그렸다.
목차
- 머리말
- 이야기의 시작 / 1792년 12월 20일
1. 나는 책만 보는 바보
2. 백탑 아래서 벗들과
3. 내 마음의 벗들
4. 해부부를 노래하다 / 나의 벗 유득공
5. 칼칼한 바람 속을 누비다 / 나의 벗 백동수
6. 우리를 벗이라 할 수 있을까 / 나의 벗 이서구
7. 스승, 더 큰 세계와의 만남
8. 이 세상의 중심은 나 / 담헌 홍대용 선생
9. 선입견을 버려라 / 연암 박지원 선생
10. 마침내 세상 속으로
11. 드넓은 대륙에 발을 내딛다
12. 백탑을 떠나 대궐로
13. 아이들이 열어 갈 조선의 미래는
- 이야기의 끝 / 1793년 1월 24일
- 뒷이야기
- 이 책에 나오는 인물과 책더보기
첫문장
'해님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아마 내가 예닐곱 살쯤 되었을 때일 것이다.
사실 이서구와 내가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떄 나는 이미 장가든 지가 오래였고, 그는 이제 스물도 한참 안된 어린 소년이었다. 나는 가난에 찌든 선비이고, 그는 부족함이 없는 명문가의 자제였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운명을 벗어날 길이 없는 서자이고, 그는 임금님과 성이 같은 종친(宗親)의 당당한 적자였다... 더보기
방의 문고리를 잡을 때마다 나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를 향해 눈길을 돌리는 것만 같다.-13쪽 - 맑은바람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 더보기 - 맑은바람
한백겸이 죽기 보름전까지 를 붙들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유득공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도 내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 무언가를 붙들고 싶습니다. 내가 끝까지 부여잡은 그것이, 후대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탄뿐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94쪽 - 맑은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