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1단계 평가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충남 논산에 소재한 건양대학교(총장 정연주)가 2단계 평가 대상자로 분류되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는 대학 ‘살생부’라 불릴만큼 향후 대학들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평가인 만큼 각 대학들이 공을 들여왔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6월 20일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진단 가결과 심의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평가는 전국 293개 대학 중 207개(일반대학 120개, 교육·전문대학 87개교)이 1단계에 포함됐다. 반면 86개(일반대학 40개 교, 전문대학 46개 교) 대학은 정원감축·재정지원 제한 범위를 결정할 2단계 평가를 안내 받았다.
1단계 평가결과 충청권의 경우, 대전에서는 배재대와 우송대가 2단계 평가 대상자로 분류됐고, 충남에서는 건양대와 금강대, 남서울대, 청운대가 1단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이들 대학들은 2단계 평가를 거쳐 ‘역량강화대학’이나 ‘재정지원제한대학’ 으로 분류되면, 재정지원이 전면 또는 일부만 지원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제한돼 재정압박을 당하게 된다.
여기에 ‘역량강화대학’이나‘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되면 부실대학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면서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일부 재학생들의 학업 중도포기자가 속출하면서 대학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내실있는 교육프로그램과 높은 취업률로 충남의 대표대학으로 명성을 얻은 건양대가 대학기본역량진단 2단계 평가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대학 구성원은 물론 지역 교육계가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건양대의 이 같은 평가 결과를 두고, 지난해 김희수 전 총장의 후임으로 대학 지휘봉을 넘겨받은 KBS 전 사장 출신인 정연주 총장에 대한 대학 경영방식과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총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건양대는 지방에 위치한 대학으로서 짧은 시간 동안 국가가 인정하는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인정받았으며 이는 설립자의 열정과 헌신, 구성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면서 "건양학원 공동체가 그동안 이룩한 성과와 발전의 공(功)과 과(過)를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게 평가해 공은 더욱 키우고 과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극복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
하지만 정 총장 취임 이후 첫 공식 성적표라 할 수 있는 대학 진단 평가에서 좋지 못한 성적이 나오면서 정 총장의 대학 경영에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건양대 설립자인 김희수 전 총장의 총장 복귀론이 신중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 김희수 전 총장 시절, 건양대 기업이 원하는 실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차별화된 학사제도 운영(융합형 인재)을 통해 학생들의 취업률을 전국 상위권에 올린 바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15년 기준 건양대의 취업률은 81.9%에 달했다.
또한, 김 전 총장은 국내 최초로 신입생들이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프로그램인 ‘동기유발학기’를 도입, 전국 90개 대학들이 벤치마킹을 했다.
지난 2004년 취업 전용 건물 건립과 어학 자격증 취득 등 방과후학교 프로그램과 의대와 공대를 결합한 의료공대를 설립해 전국적인 스폿라이트를 받은 것도 김 전 총장의 업적이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총장이 2012년 설립한 창의융합대학도 국내 대학 최초로 시도한 것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창의 융합대학은 1년 2학기 대신 4주를 1학기로 삼는 연 10학기제로 운영했다. 강의는 학생 주도의 팀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교수 2~4명이 들어가지만 설명과 질문, 조언 등 코디네이터 역할만 한다. 산학 밀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체 교수의 절반 이상을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 출신으로 채웠다.
이런 남다른 김 전 총장의 교육철학은 건양대가 단기간에 지방 명문대로 올라선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전문성을 갖춘 차별화된 교육 과정과, 특성화학과, 체계적인 취업 지원 등 건양대학의 성공 노하우를 국내 100여개 대학이 벤치마킹하면서 그의 대학 경영이 지금도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