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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愼獨)과 천하위공(天下爲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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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6-11-07 09: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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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愼獨)과 천하위공(天下爲公)

   성경의 고린도전서 10장 6절에는 “그런 일은 우리의 거울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저희가 악을 즐겨한 것 같이 즐겨하는 자가 되지 않게 하려 함이니.”라는 표현이 있다. 동양에도 중국 역사서 진서(晉書)에 “앞 수레의 뒤집어진 자취는 뒤 수레의 밝은 거울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동서양을 통틀어 역사는 과거를 빌려 현재의 거울로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이끄는 ‘지혜의 보고(寶庫)’였다. 동아시아에 남겨진 보고 중의 하나가 북송의 정치가 사마광(1019~1086)이 편찬한 『자치통감(資治通鑑)』이다. 『자치통감』이라는 제목부터 ‘다스리는 도리에 자료가 되고 역사를 통하여 거울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국시대부터 송 건국 이전까지 1362년간의 역사를 19년 동안 249권에 300만 자 분량에 담았다. 한 권에 평균 9년 치의 역사를 2만 자를 넘지 않게 농축한 기록물이다.
 
   사마광이 만들고자 했던 역사서는 치세(治世)의 도를 담아 후세의 경계로 삼을 수 있는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기록이었다. 그가 글감으로 취한 잣대는 국가의 흥망성쇠와 백성의 생사고락에 관계된 일, 그리고 법도로 삼을 만한 선한 일과 경계로 삼을 만한 악한 일 등 세 가지였다. 예부터 『자치통감』이 동아시아에서 ‘제왕학의 교과서’로 불린 이유다.
 
   최근 『자치통감』을 현대적으로 쉽게 풀어쓴 책 한 권이 나왔다. 장펑 중국 푸단대 역사학 교수기 쓴 ‘『자치통감』을 읽다’는 원전을 관통하는 중심 생각으로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를 제시한다. 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자치통감』은 ‘수신’을 시민 윤리로, ‘제가’는 가정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치도’는 사회와 국가 지도자의 선공후사 정신으로 풀이된다. 900여 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주요 논점들이 현대의 우리 삶을 성찰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수신에 빗댈 수 있는 덕성은 무엇이 있을까.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조차 언행을 절제할 줄 알고 삼가는 수양 자세를 가리킨다. 신독은 수신의 출발점이지만 특히 공직자에게 가장 중시되는 덕목이다. 사마광은 『자치통감』 49권에서 밤에 홀로 들고 온 황금 10근의 뇌물을 거부한 동한 시대의 양진을 예로 든다. 양진은 “밤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며 황금 10근을 바치는 지인에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자네가 아는데 어찌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가?”[天知, 地知, 我知, 子知, 何謂無知者?]라고 반문했다.
 
   중용은 신독을 이렇게 적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경계하고[戒愼乎其所不睹],
남이 듣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해야 한다[懼乎其所不聞].
숨겨진 것처럼 잘 드러나는 것은 없으며[莫見乎隱],
미세한 것처럼 잘 나타나는 것은 없다[莫顯乎微].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삼간다[故君子愼其獨也].
 
   수신이 ‘신독’의 경지에 오르면 남이 보든 보지 않든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남의 눈을 의식해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심에서 옳고 바름을 늘 지키려는 모습이 내재화된 개인. 이 개인으로부터 조직과 사회의 윤리가 확립된다.
 
   신독을 제왕학의 첫 번째 원리로 꼽는다면 두 번째로는 ‘천하위공(天下爲公 천하는 만인의 것)’을 꼽게 된다. ‘천하위공’은 『공자가어』 「예운」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중국 국부 쑨원(孫文)의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걸출한 현대 중국 혁명가에게 혁명의 꿈을 심어준 구절이었지만 왕조 시대에서도 공공연히 나온 말이었다. 군주의 권력은 사리사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私)에 치우치지 않고 공(公)을 지향해야 한다는 금언이다. 이는 “백성이 고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맹자의 민본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공자의 「예운」을 보면 지금의 우리 사는 모습을 거울로 비추고 있는 냥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대도가 행하여 질 때는 사람들이 천하를 공으로 삼지만[大道之行, 天下爲公]
대도가 은폐되면 사람들이 천하를 사가로 삼는다.[大道旣隱, 天下爲家]
 
   이 문장에서 천하위공의 반대 격인 표현인 ‘천하위가(天下爲家 천하는 개인의 것)’가 등장한다. 공자는 ‘천하위가’의 세상을 이렇게 그렸다.
“세상 사람들이 각자 제 부모만 아비어미로 여기고, 제 자식만 자식으로 여긴다. 재물이란 재물은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저축하고, 힘들 일은 자기가 하지 않고 남에게 넘겨버린다”
 
   권력은 사유화되고, 만인은 자신의 안락과 물질적 욕망을 좇는 생존 게임이 끝없이 펼쳐진다. 역사는 사람의 욕망과 의지가 만들어가지만 그 내면에는 검약과 겸양, 선함과 자기절제, 덕성, 더불어 사는 정신이 기초돼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각 개인마다 부단한 수신과 자기 성찰의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사마광은 『자치통감』에서 한나라의 멸망 원인으로 황제가 아첨하는 간신을 총애하는 등 협소하고 폐쇄적인 권력관으로 권력 분배가 어지러워지고, 사회 질서가 무너진 데 있다고 봤다.
“권력자가 사사롭게 총애하는 사람에게 관직을 내리면 백성이 복종하지 않는다”는 통렬한 비판도 900여 년 전의 『자치통감』에 고스란히 나온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그 스스로가 정치 질서뿐 아니라 사회 질서를 훼손하는 당사자다. 세상을 ‘천하위가’의 쟁탈전으로 만드는 지도자는 국가를 쇠퇴시킨다.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동환

글쓴이안동환
서울신문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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