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관내 N면에 거주하는 A 씨가 사무실을 방문 했다.
하도 기막힌 일이 생겨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을 끓이다 못해 상담 좀 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A씨는 몆 년 전 서울의 모 대형호텔에 주방장으로 30여년을 근무하다 정년이 돼서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
당시 자신이 근무하던 대형 호텔은 주방만도 네 곳이나 될 만큼 큰 규모 였는데 자신은 부주장방으로 일하면서 20여명에 달하는 부하직원들을 관리하는 업무도 담당했다고 했다.
하루는 새로 들어온 아직 앳된 여직원이 교통사고를 당해 몸져누웠을 당시 직장의 상사로 병문안을 다니다 보니 정이 들어 20여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됐고 사실상 내연관계를 맺게 된 사연을 털어 놨다.
그러나 엄연히 아내가 있는 A씨는 직장을 그만두면서 아쉬운 이별을 해야만 했고 이제는 모두 잊고 고향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직장을 그만둘 무렵 다니던 직장의 호의로 큰 아들을 자신이 다니던 주방에 조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으며 누구보다도 성실한 아들은 직장에 잘 적응해 부모를 안심 시켰다고 했다.
그 큰아들이 나이가 서른이 넘어 하루라도 빨리 좋은 혼처를 골라 결혼을 했으면 하던 차에 올해 여름 아들로부터 결혼을 염두에 둔 여성을 만났고 임신을 했으니 서둘러 결혼식을 올려야겠다며 며느리 감을 데리고 온다는 전갈을 보내 왔을때 A 씨는 이제 걱정거리 하나를 덜게 됐다며 참으로 기쁜 마음을 금치 못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놨다.
그리고는 지난 9월 어느 날 아들이 마침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성을 데리고 자신의 집을 방문 했는데 A씨는 아들과 함께 큰 방으로 들어서는 며느리 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고 했다.
아들이 데리고 온 여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옛 직장 부하직원으로 사실상 내연녀 였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한숨을 내쉰 그는 아직 아무내색도 안하고 있지만 아들이 데려온 그 여인의 심정은 어떠할지 너무도 곤혹스러워 미칠 지경이라고 까지 했다.
더욱 한때 몸을 섞은 사이였던 그 여인이 이들의 아이를 가진 이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아무리 궁리해도 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직은 자신과 그 여인 들이만 알뿐 아들이나 자신의 부인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갖고 있을 터이지만 가족들이 언제까지 이 사실을 모르고 넘어갈는지 가면 갈수록 참담한 심경이라고 말하고 차라리 죽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정상적인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자신이 당하게 된 것이 믿기지 않지만 이제 와서 그 어떤 누구에게 이런 처절한 자신의 심경을 털어 놓을 수 있겠는가 라고 했다.
A씨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필자도 기가 막혀 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한마디 했을 뿐이다. “ 생명의 소중함을 쉽게 생각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A 씨는 자신의 말을 다 들어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며 사무실 문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보였다.
“오 하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