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가 멸망하고 오대십국 시대가 열린다. 그 난세 중의 난세에 태어나 후당[後 唐 ]때에 입신출세하여 재상을 지낸 이후에도 다섯 왕조[후진 ,거란 , 후한 , 후주 등]의 여덟 개의 성을 가진 11명의 군주를 섬긴 재상 풍도[馮道]는 혼란과 동란의 시기에 30년동안 고관을 지냈으며 20년 이상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재상을 지냈다.
또 당시로서는 흔치않게 73세의 장수를 누리기도 했다.
고금을 통틀어 보기 드문, 탁월한 현실주의 정치가라는 평가가 뒤 따른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새 왕조에 입조 현실정치를 펼친 재상 풍도를 두고 지조가 없는 정치가라는 비판도 있지만 재상 풍도[馮道]는 그 자신의 저서 장락노자서[長樂老自敍]에서 자신은 “황제를 섬긴 것이 아니라 백성과 나라를 섬겼다”고 자신을 변호하기도 했다.
풍도[馮道]는 문학적 재능도 훌륭했지만 능력을 과신하거나 내세우는 법이 없었던 인물 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말을 해야 할 때와 해서는 안 될 때를 깨우쳐 항상 입조심 말조심을 처세의 근본으로 삼았기에 난세에도 영달을 거듭하며 장수를 누릴 수 있었다고 사가들은 말 한다
그래서 전당서[全唐書]에 실린 풍도[馮道 ]의 설시[舌詩 ]는 후세사람들에게 큰 교훈으로 회자되고 있기도 하다
[구시화지문 ]口是禍之門/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 ]舌是斬身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로다.
[폐구심장설 ]閉口深藏舌/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뢰]安身處處牢/ 처하는 곳마다 네 일신이 편안 하리로다
참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가르침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이 많은 것을 경계하는 금언은 많다, 말을 잘못해 재양을 초래하거나 전쟁을 유발하기도 하고 수없이 많은 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대 희랍의 철인이며 정치가인 데모스테네스는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을 남겼고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모든 재앙의 근원은 입에서 나온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 때문에 걸린다 인간도 역시 입 때문에 걸린다 ”는 말도 있다.
중극 송나라때 이방이 편찬한 태평어람의 인사[人事]편에는 “병종구입 [病從口入],화종구출 [禍從口出]”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 라는 말이 ” 있는가하면 우리나라 속담에도 ” 세치 혀밑에 도끼가 들어있다“ ”설저유부[舌底有斧] 구시상인부[口是傷人斧]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말 한마디가 천량 빚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을 무조건 아끼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도 말의 중요성에 대해 “ 말을 해야 할 사람과 해야 할 말을 가려서 할 것을 강조하면서 말을 해야 할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게 되고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때 말을 하게 되면 말을 잃게 된다고도 했다.
아무튼 조선의 열 번째 임금 연산군이 신료들의 간언이 듣기 싫어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로다 ] 열자[字]를 목패에 새겨 조회 때 목에 걸도록 했다해서 더 유명한 재상 풍도 [馮 道]의 처세훈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 쯤 곰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