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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조에게는 여후(呂后)라는 첫째 부인이 있어 장남 영(盈)이 태자에 책봉되었다. 그러나한고조가 노년에 척부인(戚夫人)을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이 깊은 나머지 그들 사이에서 낳은 조왕여의(趙王如意)를 태자로 삼고자 했다. 이에 여러 대신들이 나서서 만류했으나 한고조는 듣지 않았다. 이에 다급해진 여후는 궁리 끝에 장량(張良)에게 해결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청했다. 장량이 기막힌 묘수를 알려주었다.
"지금 황제께서 척부인과 둘째아들 여의를 사랑하여 태자를 바꾸려는 것은 골육지간의 일이라 신하들의 간언으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황제께서 과거 상산사호가 어질다는 말을 듣고 초청했으나 그들은 오지 않았습니다.
상산사호는 나이 이미 늙었고 또한 황제의 언행이 선비들을 무시했지 때문에 의기를 중시한 그들은 한나라의 신하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무튼 그 일로해서 황제께서는 상산사호를 더욱 높이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상산사호에게 태자의 친서를 보내어 초청하십시오. 친서의 내용은 지극히 공손한 말씨를 써야하며 금은보화를 아끼지 말고 후한 예물과 편안한 수레를 준비하고 말 잘하는 변사를 보내어 설득해야 합니다. 만약 상산사호가 하산하여 태자의 빈객이 되어서 수시로 조정에 들어와 황제와 대면하게 된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여후가 장량이 시킨대로 했더니 과연 상산사호는 하산하여 태자를 도왔다. 그 후한고조와 태자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술잔치가 벌어졌는데 한고조는 태자의 뒤에 배석한 상산사호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내가 공들을 여러해 동안 찾았으나 공들은 나를 피하여 오지 않더니 어찌하여 이제와서 우리 아이와 놀고 있는가?"
"폐하께서는 선비를 업신여기고 잘 꾸짖기 때문에 저희들은 욕을 먹을까봐 두려워서 피했던 것입니다. 소문을 들으니 태자께서는 마음이 어질고 선비를 사랑하며 공경한다고 하기에 저희들도 태자를 위해 남은 목숨 바칠 생각으로 찾아왔습니다."
한고조는 이 말을 듣고 탄식한 뒤 태자를 바꾸려는 계획을 단념했다고 한다.
이 예화에서 결국 사람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예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일 누군가와 친하고 싶다면 먼저 그에게 예를 다해야 할 것이다.